책소개

멸종이 프로그램된 종(種)은 공생층의 종숙주가 된다.

어떤 종이 스스로 멸종을 프로그램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공룡의 멸종은 다음 생명환경을 위하여, 즉 다음 시대 모든 생물의 공생을 위하여 불가결한 일이었다.
공생충은 스스로 멸종을 프로그램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몸 속에 공생충을 기르고 있는 선택된 인간은 신으로부터 살인과 살육, 자살의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서, 죽은 자의 콧구멍 밖으로 기어나온 기다란 벌레가 자신에게로 감염되었다고 믿으며 등교를 거부한채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는 우에하라는 어느날 우연히 노트북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통해 인터넷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 마음껏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솟구치는 힘과 해방감을 느끼는 우에하라.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인터바이오라는 대화 상대로부터 어린 시절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온 벌레가 바로 공생충이라는 것이며 그 공생충을 가진 자는 살육과 파괴의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 이후 공생충에 대한 관심을 점점더 키워가며 인터바이오 회원들과의 접촉을 계속 하던 우에하라는 결국 태어난 이후로 자신의 삶을 어떤 일정한 틀에 가두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하나의 버릇처럼 살아가게한 모든 것들에 대한 파괴를 시작한다…



줄곧 집단적인 사고나 개인의 자유로운 생명력 발현을 억제하는 모든 틀에 대해 철저히 거부하는 소설을 써왔던 작가 무라카미 류는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인터넷이 일상화된 이즈음 무라카미 류는 인터넷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까지도 지배해 버릴 수 있는 무서운 무기 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방에 틀어박혀 사는 자폐증 환자에 대한 관심을 작품화한 이 소설은 무라카미 류의 치밀한 구성과 단단한 문장력으로 추리소설적 요소, 심리소설적 요소, 그런가 하면 과학소설이나 성장소설로서의 면모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소설을 끝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긴박감과 재미를 더 해주고 있다.

저자소개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