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58년 대구 성당동에서 삼남매 중 외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전까진 시골에서 살았다. 육천여평의 과수원 옆에 붙은 이천여평의 일본 적산가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마당에는 오래된 감나무와 우물이 있는 집이었고, 시내쪽으로 가는 들판에는 상여집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과 글짓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교내 백일장은 물론, 학교 대표로 무슨무슨 대회에 무수히 나가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사학년 어느 가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없는 교정에 왜 혼자 남아 있었는지 모르지만, 혼자 텅빈 교정에서 붉은 사루비아를 따 빨아 먹으며 막연히 난 커서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독한 암흑기 같은 사춘기시절을 지나면서 친구 하나 사귈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변해 내가 들어간 곳은 미술대학이었다. 프랑스 작가 쟝 미셜 포롱에 반해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지만, 미술대학 공부는 내게 잘 맞지 않았다.



일학년 초부터 도서관에 쳐박혀 원고지와 씨름했다. 글을 쓰고 있을 때만이 가장 행복했다. 그 해 12월 시문학지에서 주최한 <전국대학생 글짓기대회>에서 단편 소설 <아내에게 들킨 生>이 덜컥, 당선되는 바람에 나는 결국 다시 문학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문학에게 발목 잡힌 이후, 팔년 동안 한번도 문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팔년 동안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 아들도 하나 낳았다.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한 生을 살아내야 하는 고통을 에누리 없이 맛보게 했다. 오랜 시간 알 수없는 불안에 시달렸다.



삶이 내게 가하는 상처와 불안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겨웠다. 상처난 영혼을 치유하고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붙잡아야만 했다. 매일 밤 메피스토펠레스는 내 귀에다, 글을 써라. 그러면 네 불안을 잠재워 줄테니…... 하고 속삭였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종교가 아니라 문학이었다. 글을 쓰고 있을 때만이 가장 편안했고, 불안하지 않았다.



1986년, 팔년만에 드디어 다시 문학과 해후했다. 동서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무무당의 새>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등단한 이후로도 문학은 나를 자유롭게하지 않았다. 삶의 슬픈 뒷모습을 목도한 者처럼 작가는 결코 이 생에서 편안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존재임을 알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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