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탄광촌에 불어닥친 개혁의 바람!

어둠이 지배하는 회색도시에 홀연히 나타나

개혁의지를 불태우는 인경진.

그의 고독한 사투와 광업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권력과 개인의 갈등이 예리한

소설적 감각으로 해부된다!





<작가 소개>



현길언은 80년 《현대문학》에 <급장선거>가 추천완

료되면서 뒤늦게 문단에 등장했다. 작가적 관심사는

소재에서는 참신한 얼굴로, 세계관에 있어서는 원숙한

표정으로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에 몰두

하고 있다.





<맛보기>



인경진(印景鎭)은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

에서 시끄러운 소리들이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벌써 1시간 전부터 시작된 옆방 남녀의 괴성은 지금

도 여전했다. 이따금 그 소리를 비집고 웃음인지 울음

인지 모를 또 다른 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들은 마치

무대 위에서 포르노 연극을 하는 연기자처럼 옆 방 사

람들에게 보란 듯이 내놓고 그 짓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맞은편 방에서는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술과 노름판이 벌어져있는 듯했다. 이따금 여관이 떠

나갈 듯한 환성이 터지는 가운데 흥겨운 노래와 고성

이 마치 옆방 남녀의 괴성에 경쟁이라도 하듯이 소란

을 떨고 있었다.



경진이가 들어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방이 시끄럽

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 안내하던 여자는 이상한 눈

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오셨어요? 여긴 원래

다 그래요. 관심 갖지 마세요. 안정제를 구해다 드릴

까요. 중년 여인의 장난기 섞인 말을 그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경진은 쫓기는 사람처럼 바삐 옷을 챙겨 입고 가방

을 들었다. 시계를 보니 1시 5분이었다. 이제 다른 데

가서 방을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우선 이곳을 떠

나 보고 싶었다.



그가 막 방문을 밀치려고 나서는데, 바로 앞 복도에

서 둔탁한 발자국소리가 어지럽게 들렸다. 이 쌍년이

어디로 도망가는 거야. 왜 그래? 한번 했으면 됐지 밤

새 해요? 새벽에 올 테니 좀 자고 있어요.



여자가 사정투로 말했다. 뭐야? 내가 당신 마누라

야, 밤새 차고 자게.



여자의 목소리가 좀 커졌다. 아니, 이년이 사길 치

려구. 어디다 대고 쌍소리야. 나도 몇 탕 더 뛰어야

살게 아냐. 여자가 반말로 당당하게 맞섰다. 이년

이……. 아아, 사람 치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악

을 썼다.



그는 밖에서 들려 오는 비명소리에 와락 문을 밀쳐

버렸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남녀가 엉겨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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