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운 靑山]은 기발한 작품이다. 그것은 따분한

발상들의 따분한 이야기에 대한 하나의 반대 명제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주어진 삶, 있을 수

없는 삶의 무엇을 밝혀 주는가? 이러한 밝힘이 없이,

깊은 의미에 있어서, 상상적이고 기발한 이야기가 있

을 수 있는가? (김우창/문학평론가)



[그리운 靑山]은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고려가사 <

청산별곡> 연구의 궤적을 그려 간다는 구성을 취하면

서 고려시대의 액자소설과 <남준>이라는 인물의 수수

께끼를 찾아나선다는 일종의 역사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시도상으로는 극히 독자적이다.

또 규모도 크고 문장력에도 적지않은 적공이 보이는

문장이다. (유종호 / 문학평론가)







<맛보기>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애 살어리 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애 살어리 랏다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창 속에 담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계절을

느낄 수가 없었다. 수채화 붓을 헹궈낸 물처럼 우중충

한 하늘은 여러 결로 얼룩진 채 유리창에 가깝게 다가

와 있었다. 어쩜 잔뜩 찌푸려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암울한 겨울을, 또는 잠시 빗발이 멎은 기나긴 장마철

의 어느 하루를 연상시키는 하늘에서 문득 사월은 종

적이 묘연했다.



「……이제까지의 설명들을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고려 속악가사의 수용양상은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

는데, 첫 번째 두드러진 친상은 고려가 전 시대의 가

요인 삼국의 속악가사를 고루 수용하고 있다는 잠입니

다. 가령……」



모범생의 전형 같은 저 친구도 마침내 좀 지루한 모

양이었다. 스스로 결론을 맺겠다는 건 눈치껏 질문을

말아 달라는 뜻이니까. 하긴 세시간을 꼬박 채우는 박

교수의 <고전문학 강독>은 누구든 말미에선 예외 없이

인내력을 필요로 했다. 그것은 <고전문학 강독>이 필

수과목인 모범생 친구에게도 필수적이었다. 국민학교

교사라든가, 고는. 그러 나함께 강의를 들은 지 한 달

가량 되었으면서도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번째로, 문화적 요구에 의해 궁중으로 상승한

듯이 보이는 고려 자체의 지방민요도 상당수가 포함됩

니다. 이를테면……」



갑자기 모범생의 말이 끊겼다. 창밖에서 다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일순 연구실 안은 애매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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