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작품의 구조와 문장 하나하나에는

<비틀기>가 자리잡고 있다.

<비틀기>는 소설이라는 상상 공간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작품의 공간은 현실과 관계가 있으면서도

현실과 다른 층위를 가지는 공간이다.

그 공간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체의 이미지를 비틀고 변형시켜

약점과 결함을 드러내려 한다.

그 속에서 일상적인 사물들은 새로운 색채를 띤다.



- <작가의 말>에서









<맛보기>



어느 가을 날 아침에야 진희는 아기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

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 생각은 단단히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그 무게가 여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희는 잠

시 머리를 베개 위에 올려놓았다. 뒤뚱뒤뚱거리면서

일어나 커피를 타 마시고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문 후

에야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가 있었다. 커피의 검은색

이 흡수한 태양 광선이 니코틴과 화학 작용을 일으켜

생각의 일부분을 연소시켰기 때문에 무게가 줄어든 것

이다.



진희가 금세 아기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다. 진희

는 우선 태경과 함께 먹은 아침 설거지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가 다녀간 아침은 항상 어지러웠다. 사랑의

유희 중에 그들이 차 던진 이불과 베개는 방구석에 처

박혀 있고, 군데군데 태경과 진희가 떨어뜨린 머리카

락이 흩어져 있었다. 그의 것은 가끔가다 반백이었다.

오십대의 유부남인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진희

는 그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진희는 이불과

베개를 털어 침대 위에 얌전히 개켜 놓고, 침대 위의

머리카락은 손으로 줍고, 바닥에 떨어진 것은 진공 청

소기로 빨아들였다. 음험한 진공의 꺼먼 입에 태경의

머리카락은 무력하게 빨려들어갔다.



그 다음 진희는 통장을 꺼내 예금 잔고를 확인해 보

았다. 신용 카쓴 적도 몇 번 있었지만 통장엔 충분한

금액이 남아 있었고, 태경이 넣어 줄 금액까지 계산에

넣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충분했다. 어떤 일이든 돈

이 드는 법이기 때문에 금액 점검은 필수라고 진희는

믿고 있었다.



진희는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요번 가을

에는 베이지 계통의 길고 하늘하늘한 옷과 굽 높은 구

두가 유행이었다. 거리에 나서면 모두가 유니폼처럼

그런 옷들을 입고 다녔다. 진희도 그에 준하는 긴 옷

을 몇 벌 갖고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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