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 문예세계문학선 38
- 저자
- 버지니아 울프
- 출판사
- 문예출판사
- 출판일
- 2015-10-27
- 등록일
- 2016-06-22
- 파일포맷
- 파일크기
- 666 Bytes
- 공급사
- 에피루스
- 지원기기
- PC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책소개
댈러웨이 부인은 손수 꽃을 사오겠다고 했다.
루시는 루시대로 준비해야 할 일이 따로 있을 테니까. 문짝들도 떼어놓아야지. 럼플메이어에서도 누가 오기로 되어 있지. 그건 그렇고―클러리서 댈러웨이는 이 아침이 마치 바닷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처럼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밖이 이리도 좋담! 지금도 들리지만 삐걱 하는 소리가 나는 프랑스식 창을 확 열고 부어턴에서 밖으로 뛰어나갈 때마다 이렇게 느꼈지. 이른 아침 공기는 산뜻하고, 고요하고, 물론 이보다 더 조용했어. 남실거리는 물결처럼, 입맞추는 물결처럼, 차갑고 살을 에는 듯하나, 그러면서도 (당시 열여덟의 소녀였던 나에게는) 엄숙하던 아침의 대기. 거기 열린 창가에 서 있으면, 무슨 무서운 일이라도 일어날 듯한 기분이었어. 꽃들이며, 연기가 서서히 걷히면서 또렷해지는 나무들, 그리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간 다시 내려오곤 하는 까마귀 떼를 바라보면서 서 있었을 때에, 피터 월시가 아마 이런 말을 한 것 같아―채소밭에서 명상 중인가요?―그렇게 말했나?―난 꽃양배추보다는 사람이 더 좋은데요―라고 했나? 이것은 어느 날 아침 나절 내가 축대에 나가 있을 때 그이가 한 말일 거야―피터 월시가. 그이는 머지않아 인도에서 돌아온댔어. 6월인지 7월인지 언제였는지는 잊어버렸어. 그의 편지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잊어버리게만 되는걸. 생각이 나는 것은 그가 한 말뿐―그의 눈, 그의 주머니칼, 그가 씽긋이 웃는 모습, 뾰로통하던 일, 그 밖에 수많은 일들을 깨끗이 잊었는데―참 묘한 일이기도 해!―꽃양배추에 대해서 한 이런 몇 마디가 생각이 나다니.’
댈러웨이 부인은 더트널 회사의 짐마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인도의 가장자리에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멋진 여자로군’ 하고 스크루프 퍼비스는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