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효석의 작품 세계는 두 가지 경향으로 대별된다. 우선 동반자적 경향으로 계급 문학을 옹호하는 성격의 작품을 발표했다.
이러한 초기 소설의 사회적인 관심과 현실에 대한 비판 때문에 그는 카프 진영으로부터 이른바 동반자작가라 불리게 되었다.
이효석의 동반자적 작품들은 계급 문학에서 표방하는 사상보다는 주로 러시아라는 異國에 대한 동경, 즉 이국 취향이 나타나 있다.
계급 문학이 위축되는 시기에 이효석의 작품 세계도 변모한다. 즉 낭만주의적 자연 친화의 세계로 변화한다. 1932년경부터 효석은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성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 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소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난 이래뵈도 무척 건실해요. 그 사람에겐 아직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정식으로 짝이 되어 살수 있을 때까지는 깨끗하게 하고 있고 싶어서.
그 말에 아사미는 충격을 받으면서, 좋겠네요 하고 일종의 감동조차 느끼고 있었다.
일자리는 힘들고, 올바른 결혼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요. 적당히 한몸이 되어 질질 끌려가는 것은 싫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부모가 허락할 것 같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사미는 자기네들 사정과는 매우 닮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미도리상의 확실한 기백에 압도당하는 꼴이었다. 역시 현의 부모가 허락하지 않은 채로 질질 그대로 간단히 지금에 이른 것이 언제까지나 원망스러운데, 지금 미도리상네 경우를 듣고 있으니 너무 쉽게 격정에 몸을 맡기고만 자기의 무모함이 새삼스럽게 후회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어엿한 식도 올리고 싶었고 호적에도 넣어 주었으면 하고도 바랬다. 여자로서는 그것이 생애의 최대의 표지였다.
나도 벌써 스물 넷이예요. 언제까지나 우물거리고 있을 수 없게 됐어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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