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거리를 가지고 바라보는 일은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어떻게하면 감상의 흥건한 배설 없이, 그렇다고 까칠한 건조함도 없이 내가 본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의 습관화되고 마비되어 있는 의식의 현주소를 뒤집어 봄으로써 거기서 깨어날 수 있을까.

어떤 서술의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갈증의 나라의 며칠간의 여행을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책읽기가 말의 즐김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면서 나는 때로는 희극적으로 때로는 비극적으로 문체를 변주하면서 주인공들의 모험에 즐거이 동참했다.

이 책은 우리의 장식할 것 없는 청춘이 모두 한번쯤은 앓은 두 가지의 소화불량증에 애정 어린 진단을 요구한다.

그것을 아버지와 물질이라고 불러보자.

한곳을 고치고 나자 다른 곳이 내려앉는 고옥처럼 무수한 수리를 요구하는 우리의 전통 혹은 아버지, 그리고 탄탄한 대로를 질주하는 물질의 목적 없는 추적.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교차해서 읽혀도 좋고 교차하지 않아도 좋다. ―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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