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중에 떠 있는 아름다운 황금삼각형을 본 적이 있

는가. 그것은 거대한 트라이앵글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금속성의 삼각형 앞에서

넋 잃지 않은 자 누구이랴.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이 환각을 본 사내, 그는 누구인가. 어째서 그만이 이

환각을 볼 수 있었고, 그에게만 이 행운이 주어졌던

가. 하재봉의 <블루스 하우스>가 매력적임은 이러한

물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김윤식(문학평론가)



<맛보기>



서기 1999년 9월 10일, 전기의 공급이 완전히 중단

되었다



아마도 마지막 기록이 될 것 같다



혹 생존자가 이 기록을 발견한다면 우리의 무책임이

낳은



이 비참한 결과를 후세에 전하기 바란다



This is the message from N.E.X.T 1999 1999 1999

1999



This is the message from N.E.X.T 11



북반구의 인구는 5% 이하로 감소됐을 것으로 추측된

다



대기중의 오존층은 거의 다 파괴되었다



폭도들은 정신착란 상태에서



떼를 지어 먹을 것을 약탈하고 다닌다



그나마 그들도 곧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 시각은 오후 2시이지만 하늘은 밤처럼 어둡다



산성비와 일사량의 감소로 식물들은 전멸의 길을 걷

고 있다



몇 년째 태어난 신생아들의 거의 모두가 기형아였다



그나마 출산율조차 거의 제로를 향하고 있다



대기의 온도는 계속 상승중이다



남극대륙은 물로 변하고 해안의 도시들은



물에 잠겨 자취를 감추었다



내 머리카락은 모두 빠지고 피부암은 전신을 덮고

있다



나도 최후의 순간을 준비해야겠다



1999 1999 1999 1999



This is the message from N.E.X.T



-「1999」, 신해철 작사 작곡, N.E.X.T노래







나는, 생존자다. 1999년 9월 10일부터 3개월 2일이

더 지난 오늘도 무사하니까. 산성비가 내리고 일사량

은 감소되었으며 오존층은 조금 파괴되었지만, 나는

아직 피부암에 걸리지 않았으며 머리카락도 남아 있고

남극대륙도 물로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

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끔찍하다)라는 단어는 발음

하기도 끔찍하다. 쌍기역과 쌍지읒이 연달아 있기 때

문이다.



그런데 최후의 순간은 조금 더 기다려야 오는 걸까?

나도 그 순간을 준비해야 하나? 왜 1999년 9월 10일이

었을까?

저자소개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