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지요.



모든 사물은 생명을 가졌고 생각을 하고 그 곳에 자

리한 이유가 있다고 아이는 믿게 됩니다.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11월의 은행나무 숲에 가며 아

이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인간들의 이기심에 은행나무들이 심통이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이는 이런 상념에도 젖어 봅니다.



´세상에 쓸모 없이 보이는 것들, 없어지면 더 좋았

을 것들이 과연 없어져 버린다면 세상은 가지런해지는

걸까? 가령, 무좀이니 하품이니 방귀따위들´



여기서부터 우화는 시작됩니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주고 바라보면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은행나무들이 사랑을 찾아 먼길을 떠나고, 방귀님프

가 한을 품고 수백년을 떠돌아 다니기도 하고, 달나라

에 살고 있다는 전설 속의 여자 ´상아´를 찾으러 간

사람이 암스트롱으로 변하기도 하고.







2.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릴 땐 누구나 그러했거나 그런 친구들을 한둘씩

가져본 경험이 있었지요.



그러나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면 우화의 세계는 접혀

넘어가는 과거가 됩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겐 과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

도 아득할 뿐입니다.



그저 이야기의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현재 뿐입니다.



나이는 10대에서 20대, 30대로 진행되지만 그에게는

늘 우화적인 세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아이의 친구들은 모두 어른이 되어갔고 그만이 나이

든 아이로 남아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3. 이 소설은 이야기의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의 인생유전입니다. 그의 인생유전을

통해 우리는 왜 이야기(소설, 동화, 드라마, 연극, 영

화) 듣기를 좋아하는가?



왜 작가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을 할까? 등등

의 문제를 입씨름 좋은 재담꾼이 조단조단 이야기 하

듯이 풀어 보았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는 동화도 있고 신화와 무협적인 세

계를 지나기도 하고 詩적인 공간도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의 다양한 쟝르를 지나서 이 소설의 끝 지점

에 이르면 우리는 한 번쯤 이런 질문과 만나게 될 것

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서사란 무엇이지?



그렇지요, 진짜 서사란, 문명이 몇천번이 흥하고 몇

만번이 망한 뒤에도 살아남을 그런 오롯한 서사란 무

엇일까요?



자아, 그 이야기의 첫 장을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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