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든 게 똑같았다. 별장으로 향하는 길도 내가 본 것과 똑같이 양옆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나란히 줄 서 있었다. 길도 똑같이 오르막길이었고, 단 한번도 와보지 않았던 별장의 모습도 내가 본 것과 똑같은 형태였다.



별장에 도착한 후에, 주변을 돌아보니 별장 뒤론 창고가 하나 있었고 내가 도착했을 때와 똑같이 잠겨 있지 않은 채 텅 비어 있었다. 뒤뜰은 울창하게 잡초들이 자라 있었다.



별장의 마당을 가로질러 산길을 타고 올라가니 벌초를 안한 지 오래된 듯한 무덤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산길에서 내려오니 억새풀밭이 나왔고, 억새풀밭을 지나니 호수가 나왔다. 내가 보았던 길을 더듬으며 걸었는데 모든 게 정확히 떨어졌다.



이미 와본 곳처럼. 뚜렷하게 다가오는 색채들, 주위의 전경들…….



단 하나 틀린 점이 있다면, 별장 입구 길 미에 자리잡고 있던 임씨 아저씨 댁은 몇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한 폐가였다. 호수에서 돌아오던 길에 난 구멍가게에 들어가 마을 근황을 물었다.



가게 주인은 이제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었거나, 들어갈 때쯤으로 보이는 아줌마였다. 그 아주머니에게 임씨 아저씨란 사람이 살고 있냐 물었더니 임씨란 사람이 이 동네에 산 적이 있다는 소리도 못 들었다고 했다. 그녀에게 영우란 이름을 가진 여자를 아는 지 물었으나 역시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호숫가에 빠진 부자 얘기를 물었는데, 그녀의 말로는 그게 35년 전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들은 얘기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말을 여자는 덧붙였다. 부자가 왜 죽었느냐 물었을 때, 여자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물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러 아들이 들어갔다가 같이 죽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35년 전 일이었지만, 정말로 호숫가에 빠진 부자가 있었다는 얘긴 가히 충격적이었다.





<b>- 「에필로그」 중에서</b>이 책은 죄의식에 대해 감각이 없는 인간, 살인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대로 생활할 수 있는 인간. ´살인에 대한 충동´은 그런 인간이 충동적인 살인을 벌였을 때의 심리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피해자의 망상을 보게 되면서 겪게 되는 공포와 확인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혼란으로 불가항력처럼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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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