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을 오르며
비가 오면 유리창은 굵은 연필로 글씨를 쓴다
이름 없이 죽은
청년의 심전도를 그리나 보다
유리창 안의 수상한 생활을 진단해
비문을 쓰나 보다
핏줄 속에
칼금을 넣어
진단서를 쓰고
여백에 핏물로 마침표를 찍는다
아무도 지울 수 없는 투명한 이력서를 쓴다
깨지지 않을 유리의 창자에
뱀처럼 지나간 자국을 남긴다
(<나비의 침묵> 모아드림)
비 내리는 영등포 네거리
유리창
침묵 1
안양천 1
파도새
집 4
관악산을 오르며
飛上
버스는 죽었다
산에는 눈이 쌓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