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행진
추억은 마음의 재산이라고 흔히 일컫고 있으면서도, 막상 추억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지난날을 되짚으려면 이상하게도 그 낱말에서는 속물스러운 냄새와 촌티가 강하게 느껴진다.
추억이라는 단어의 문고리는, 현실의 문짝 저쪽에 있는 지난날의 향긋함을 오히려 훼방놓기가 일쑤다.
인간이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자부심 한가지를 더 늘려준 것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원칙적으로 흐르는 세월에 씻겨서 아주 잊혀지거나 묻혀버렸어야 옳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추억이란 마법의 거울과도 같이 현실감을 던져준 채로, 살아있는 지난날과 만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은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그 거울을 열심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뜰에는 양순하고 귀여운 동물이 많이 살고있었다.
꽃사슴 한 쌍. 노루. 오리. 거북과 자라. 토끼들. 그리고 몇 종류의 강아지와 고양이에 비둘기 집도 있었다.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어서 뜰이라고는 불렀지만 조그마한 들판 같은 곳이었다.
그러한 뜰을 가진 솟을대문 안이 나의 집이었고 나는 그 집의 막내딸이었다.
집안에 개울을 끼고있어서 비가 많이 온 뒤끝이면 잠결에도 물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바위눈물』로 제3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연희의 작품 중 하나인 『백조의 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