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도서들을 읽으면 풀 수 있는 의문들



1. 이 세계는 서로 다른 현상과 사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기(氣)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모두가 동일한 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몸이요 하나의 에너지요 하나의 우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기로 이루어진 세계가 서로 다른 사물과 현상으로 나뉘어져 조화와 부조화를 일으키는가.

동양의 전통적 우주관인 이기론(理氣論)의 관점에서 다시 설명하면, 이 세계가 생성되기 이전, 만물은 한 덩어리의 氣 또는 에너지 속에 무형의 원형으로 녹아 있었다. 氣 또는 에너지는 소모되는 성질이 없었고, 만물의 원형들 간에는 경계가 없는, 한 덩어리의 무한 절대계이다.

이 세계는 하나의 氣를 하나의 理(질서)가 지배하는 세계였으며, 氣와 理가 일체인 세계였다. 氣가 오직 하나의 理에 의해 지배되고 氣와 理는 일체였으므로 모든 현상은 간단하고 분명하고 일관된 무한 절대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세계를 지배하는 理와 상반된 또 하나의 理가 외부에서 침입했다. 하나의 氣를 오직 하나의 理가 지배하던 一氣一理의 무한 절대계는 새로운 理가 침범함으로써 一氣二理의 유한 상대계로 변화했다. 유한 상대계에서는 氣가 상반된 두 理(질서)의 지배를 받으므로 이율배반과 모순과 부조화가 일어나고, 氣와 理는 일체일 수 없다. 이기일원론-이기이원론 논쟁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2.빅뱅은 현재의 세상을 빚어낸 가장 원초적인 사건이다. 빅뱅이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세계도 없었고, 빅뱅으로 인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빅뱅은 오늘날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먼 과거에 지나가버린 한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결정적 사건이다. 반드시 재발굴되어야 하는 사건이며,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 뿌리가 현재의 세계에 뻗어있음이 거대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다.

빅뱅은 그만큼 복잡하고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단지 '폭발'이라는 물리적 개념을 넘어 인문, 사회, 자연과학을 포괄한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사건이며, 역사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설정해야 할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책은 씌어졌다.

이 책이 다른 책과 차별적으로 가장 먼저 주목하는 점은 빅뱅을 일으킨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폭발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가만 있다가 괜히 폭발하지는 않는다. 폭발할 수 있게 하는 압력과 온도의 변화나 그 밖의 자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고도로 안정되고 생동력있고 유기적으로 강하게 결속된 그 빅뱅 이전의 원형을 지금의 우주로 산산조각 폭발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자극, 즉 igniter이 반드시 있었고, 과연 그 igniter은 무엇인가. 그 igniter의 존재도 성격도 알지 못하는 현재의 빅뱅론이나 인플레이션론은 우주론으로서 모두 무의미하다. 거의 허구에 가깝다. 빅뱅 이전과, 빅뱅 시점과, 빅뱅 이후 우주의 형성과, 우주의 현재와 미래에 여전히 변하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그 igniter의 성격과 정체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3.산소(O2)는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원소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산소와의 과다접촉은 노화촉진 등 생명에 유해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산소는 철(Fe)도 부식시키는 산화물질로 유명하다. 요컨대 산소는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양면의 칼이다.

산소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원소가 이런 양날의 칼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이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왜 산소를 비롯한 모든 원소가 이렇게 양날의 칼인지, 언제부터 그런 성질을 갖게 되었는지, 처음 생성 때부터 그렇게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하고, 왜 그런지 물으려 하지도 않고 물어볼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산소를 비롯한 모든 원소가 이렇게 생멸의 양면성을 지녔으니, 이 모든 원소로 이루어진 산천초목과 짐승과 사람이 모두 생멸의 양면성을 지니고 평생을 사는 것임은 충분히 짐작되는 바이지만, 정작 이 양면성으로 인해 모든 존재가 어떻게 생성쇠멸의 길을 걷게 되는지, 언제부터 그런 길을 걸어왔는지 물어볼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좀더 확대하여, 이 모든 원소로 구성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좀더 넓은 사회라는 공간에는 엔트로피라는 무질서증가법칙이 지배하고 있고, 그러나 그 속에서도 문명건설, 통일국가건설, 제도의 정비, 생명 연장 등 엔드로피 흐름에 역행하는 네겐트로피 법칙도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문명의 영고성쇠가 왜, 어떤 연고로, 어떤 역사적 흐름속에 일어나는지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 물어볼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원소나 생명체나 인간사회를 벗어나 좀더 규모가 큰 지구 내외부의 생멸현상, 지구 밖 우주의 다양한 생멸현상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아보려는 사람은 많지만, 그 광대한 생멸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그 광대한 이율배반적 생멸의 구도가 형성되고 공존하게 되었는지, 미래에는 어떤 구도로 변할 것인지 물으려는 생각은 떠올리지 못한다.

이제까지 수많은 분야와 규모에서 나타난 생멸의 양면성은 사실로 확인된 하나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시작과 연유를 모르기 때문에 과학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애매했고 신화처럼 모호했다. 그러나 그 구도는 앞서의 여러 신화들의 구도와 흡사하다. 이 글은 이러한 과학과 신화가 접점을 찾아가는 노정이다.





4. 일부 빅뱅론자나 진화론자의 말처럼 빅뱅이 일어난 지 수십억 년 후, 아무것도 없는 황막한 우주 공간의 부유물이 뭉쳐져 만들어진 흙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지구라면, 지구 형성 초기부터 어떻게 수많은 동식물이 우후죽순처럼 전 지구를 뒤덮을 수 있었을까. 지구는 과연 다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들처럼 평범한 정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지구 표면의 지배적 존재인 인류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거의 사실로 알려진 고대의 대홍수 이후 모든 것이 쓸려가고 갯벌 황토흙만 남고 모두가 다가가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하는 남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그토록 처절한 노력으로 수메르인은 인류 최초로 문명을 건설했다. 그 문명은 뒤이어 일어났던 숱한 전제적 통일국가가 아닌 거의 독보적인 자치적 도시연방이었다. 그리고 그 수메르인들은 인간은 한갓 신의 피조물이 아닌,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대리자로 인간의 정체를 최초로 격상시켰다. 이것은 수메르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자각하기 시작했고, 세계에 대한 인식전환을 어떻게 일으키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간은 땅위에서 꼼지락거리는 고달프고 고뇌하는 일개 미물에서 우주의 주체적 존재로의 혁명적 인식전환이다.

그리고 인간이 짊어진 운명적 짐, 예컨대 생로병사나 여러 가지 생의 고난에 대해 전혀 부정적으로 기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탐험하는 인류사에 보기 드문 민족이었다. 수메르 문명의 중추는 농경민이 담당했지만 수메르의 대망사상, 신화의 전통적 계승자는 수메르의 유목계층이었다. 그토록 처절한 노력으로 일으켰던 수메르 문명은 왜 급속 쇠퇴하고, 그토록 진취적이었던 수메르인은 난마처럼 뒤얽힌 수많은 민족이동 속에 어디로 바람처럼 사라졌을까? 인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아까운 잃어버린 과거이다.





6. 고대 아시아와 실크로드를 종횡무진했던 여러 기마유목민족, 예컨대 BC 8세기 카스피해 부근의 스키타이 족, BC 1세기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던 흉노족, 5세기 유럽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촉발시켰던 훈족(서흉노족), 11세기 이집트와 페르시아와 인도를 지배했던 투르크족, 13세기 동부유럽에서부터 남부러시아, 아라비아, 중국까지 지배했던 몽고족, 중국을 지배했던 요(?)의 거란족, 금(金)의 여진족, 청(靑)의 만주족이 만주족을 끝으로 대부분의 아시아 기마유목민족들이 쇠퇴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초기에는 중국과 대등하게 동북아시아를 호령했던 기마유목민족인 한민족의 활동도 점점 한반도로 축소되어 곰의 토템이즘처럼 그 민족잠재력이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고대 아시아 유목민족은 강한 친연성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유목국가연합을 이루고 있었고 한민족도 그중의 일부였다. 한반도에서 고대 스키타이, 사이프러스, 흑해, 페르시아, 코카서스, 알타이 산맥의 유물이 발견되고 핵심적 공유물인 수메르어, 히브리어의 유산이 남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하나의 작은 조짐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한류는 단순히 연예, 스포츠, 문화에 그칠 현상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그 옛날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던 유목민족의 부활이요 억눌린 원한서린 민족혼의 부활이다. 그렇다면 그 한류의 근원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어느 깊이까지, 어느 분야까지 벌질 것이고, 이 한류의 최종의 목표는 무엇일까.





7. 인간은 공통점이 많지만 개인마다 소질과 재능이 다양하기도 하다. 그리고 민족마다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다양한 민족성 혹은 민족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세계에는 수많은 민족이 있지만 그중 소수의 민족만이 역사의 주역이 되었다.

중동의 민족들은 그 특유의 종교적 소양으로 최초 문명 건설의 물고를 텄다. 로마 제국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near east)와 유럽을 하나로 묶는 가교가 되었고, 유럽은 이 통합적 문명을 이어받아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의 발상지가 되었다. 미국과 일본은 문명의 확대 성숙에 기여했다.

그러나 역사의 주역은 어느 한 민족이나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여러 민족이 번갈아가며 어느 한 민족에서 다른 민족으로 문명의 주도권은 릴레이되었다. 마치 나열된 성냥개비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불붙어 타오르는 것과 같이, 어느 민족의 민족적 잠재력이 시대적 요구나 시대적 패러다임과 맞물려 극대화하며 역사적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전이나 이후에는 그 민족의 잠재력은 항상 타올라 문명을 리드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어느 민족의 잠재력은 다른 시기에는 잠재된 상태였다가 시대적 요구와 가장 부합할 때 그 잠재력을 불살아 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며 한 시대 역사의 주역으로 문명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문명의 다음 세대 주자는 어느 민족이 될까. 브릭스(BRICs) 중에 하나일까. 어느 민족이 되었든 한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된다. 그것은 문명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문명으로 대폭 탈바꿈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덩치가 아무리 크든 그저 기존의 선진 산업국을 답습하거나 그중 하나로 편입되는 데 그친다면 그 나라는 다음 세대 주자가 아니다. 이제 문명의 배턴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 주자는 종착점에 다다른 이 비대하고 한계적인 문명의 붕괴를 막고 한차원 고양된 문명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고된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 문명의 시초인 종교와 신화에서부터 문명의 끝인 과학과 지구와 우주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천 년간 인류의 모든 역사적 주제와 물음을 매듭지을 수 있는 통합적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전의 주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역사와 지구는 중대한 전환기에 있다. 한계점에 다다른 인류 문명은 새로운 문명으로 승화되어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 문명이다. 양적 성장주의를 우선하는 현대경제는 필연적으로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벽에 부딪쳐 좌초될 수밖에 없다. 이미 경제-에너지-환경이 떼려야 뗄 수 없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현대경제의 딜렘마는 어디에도 해법이 없다.

역사의 어느 시점과도 다르게 이 시대는 비상한 시대이다. 이 비상한 시대는 현대문명을 한 차원 다르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문명을 한차원 승화시킬 수 있는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고, 이 요구에 부합하는 잠재력을 불사를 민족을 이 시대는 기다리고 있다. 갖가지 한계와 병폐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현대문명이라는 독을 삼켜 약으로 토해낼 수 있는 민족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의 민족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은 비등점에 이르고 있고, 경제-에너지-환경은 헤어날 수 없는 딜렘마가 되고, 대기와 지각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세계의 정치 경제-에너지 환경-기후 지각변동 등 서로 다른 분야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토록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상황은 유사 이래 없었다. 그만큼 통합적 복합적 해법만이 유일한 길이다. 본 서적들은 그 논의의 작은 시작이다.





8.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서냉전이 종식되면 세계평화는 꿈처럼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서냉전이 끝나기 바쁘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속에 세계는 다극적 무한 경쟁의 더욱 불안정하고 험난한 지형으로 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소련과 동유럽의 광범위한 사회주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핵무기만 끌어안고 아사직전까지 가고 있는 북한 정권의 굳어진 두뇌를 지배하는 영의 정체는 무엇인가.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 변종 바이러스와 세균의 끊임없는 출몰,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 - 에너지 - 세계경제 - 환경의 불안정, 지각이동-쓰나미 등의 현상이 복합적 글로벌적으로 맞물려 일어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escalating하고 있다. 그 도달점은 어디인가.

이러한 교착과 정체와 느린 조정은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전광석화의 속도로 조율되기 시작할 것이다.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이 지붕 아래로 내려올 시간이 없을 정도로 속수무책으로 조율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과거에는 별개의 분야일 것 같았던 경제-에너지-환경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수록 inner and outer earth 즉 지구 내외부의 모든 서로 다른 별개의 분야가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일어날 것이다. 지구 전체가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조율의 방향은 분명 발전적인 방향이지만 그 폭발적 스피드에 지구상 누구도 순편하게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거의 breakneck speed일 것이다. 현재의 여명의 tranquility를 누릴 수 있을 때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9. 현대에 들어 지진, 쓰나미, 화산활동은 지속적인 증가 추이에 있다. 모두 지각 이동의 결과인데, 이렇게 지각이동이 늘어나는 것은 지구가 단순히 우주 부유물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흙덩어리가 아님을 역설한다. 왜냐하면 지각이동의 증가와 이로 인한 지진, 쓰나미, 화산활동의 증가는 우주 부유물이 뭉쳐져 굳어지고 냉각화하는 일반 행성들의 노화과정에 역행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Tip을 제시한다면 지각은 마치 뜬 구름과 같아서 지구 내핵에너지에 의해 부양되고 있다. 즉 지각은 맨틀의 대류에 의해 부양되고 있고, 맨틀의 대류는 지구 외핵의 대류에 의해 이루어지고, 외핵의 대류는 내핵에너지의 발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달리 말해, 지각 이동은 맨틀의 대류에 기인하고 맨틀의 대류는 외핵의 대류에 기인하고, 외핵의 대류는 지구 내핵에 기인하고 있다.

요컨대 지각변동을 포함한 모든 지구 변화의 원천은 지구 내핵이다. 지구 내핵이 지구 변화의 핵심이다. 지구가 우주 부유물이 뭉쳐진 단순한 흙덩어리라는 무지(無知)도 지구 내핵의 정체를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앞으로 지구 내핵의 변화에 따라 지각 변동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거대한 전지구적 변화가 도래할 것이다.

지구 내핵의 정체에 대해 여기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내핵은 일종의 생명의 핵이요 진화의 핵이다. 지구는 현재의 상태로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다. 지구 중심의 그 거대한 핵에너지가 언제까지나 고이 있기는 무리이다. 여태까지 그 초자연적인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사방이 꽉꽉 막혀있는 땅속 깊숙이 죽은 듯이 잠자코 묻혀있는 현재의 상태가 오히려 기이하고 불안한 현상이다. 마치 공기가 가득 찬 풍선이 깊은 물밑에 가라앉아 있는 불안정한 형국이다. 물의 압력에 풍선이 터져버리든지, 아니면 즉시 수면 위로 떠올라야 마땅하다. 이렇듯 지구는 정한 기한 안에 어떠한 형태로든 다른 방향으로의 진화가 불가피한 운명에 놓여있다. 정한 기한이 지나도 진화되지 못하면 지구 전체에 상상도 못할 불행이 닥쳐올 것이다.

지구도 일종의 생명체요 유기체로서 진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표면의 생명체도 새롭게 진화하는 미래의 생존조건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10. 예부터 동서 아시아에는 일국의 통치자는 신 또는 天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天命사상으로부터 왕도정치, 德治, 民本사상이 태동했다. 통치자가 신 또는 天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天命사상의 구체화된 형태가 제정일치(祭政一致)이다.

그렇다면 제정일치란 무엇인가. 여기서 제(祭)란 단순히 神 또는 天에 대한 제사권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해석은 神이나 天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관념으로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神 또는 天이란 자연신 또는 자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므로 제정일치(祭政一致)에 있어 제(祭)란 자연력을 의미하거나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政)이란 자연력이 아닌 것, 즉 인간사회의 정치?경제 등에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요약하면 제정일치란 자연력과 인간 사회를 주관하는 통일적 힘을 뜻하고, 天權 또는 神權을 위임받았다고 간주되는 왕 또는 통치자는 제정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동서 아시아의 전통이 되었다.



인류 역사는 크게 동양사와 서양사로 분류되는데 서양사의 맨 처음 서아시아와 이집트에서 출발하여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하였다. 이 서양사의 정신사적 핵심은 이집트의 영혼불멸 - 그리스 로마의 이데아 - 유럽의 합리주의와 과학적 방법론으로 구체화되어 발전했다. 반면 동양사는 일찍이 서아시아와 동아시아가 실크로드로 연결되어 제정일치, 자연주의, 이상향의 실현이 공통적이고 최종적인 목표였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다음 세대 인류 문명의 리더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를 겸비한 민족 중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즉 이제는 완전히 퇴색된 고대의 제정일치의 신화를 부활시킬 수 있는 민족이어야 하며, 동양사와 서양사의 단초인 이집트의 영혼불멸사상과 고대 동서아시아의 이상과 대망사상을 공통적 유산으로 물려받은 민족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민족이라야 이제 막 맞물리기 시작하여 글로벌한 요동을 일으키고 있는 제정일치의 부조화, 즉 인간사회와 자연력(inner and outer earth)의 부조화를 조화로운 진화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민족이라야 갈등과 한계에 이른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을 퓨전하여 새로운 문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민족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은 쉽게 동의할 수 없겠지만, 그런 민족이 수천년 동안 자신의 정체를 변모시켜 지내왔고, 이제 자신의 정체를 세계사에 서서히 드러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허울을 걷어내고 우주사, 지구사, 인류사의 근간이 드러날 것이다.







11.한류가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때의 유행이라면 근원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세계는 하나라지만, 그리고 세계화는 시작되었지만, 수천년 동안 동양과 서양은 조금은 이질적으로 출발했고 조금은 다른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고,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그런 세계사임에도 불구하고 고대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원형을 공유하고 존재해 온 민족이 있다면 어떨까. 다양한 갈등과 한계에 이른 현대 동서양 문명을 새롭게 퓨전하고 재탄생시킬 수 있는 역사적 잠재력을 지닌 민족이 있다면,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교차지로서 여러 가지 이질적 부딪침과 뒤섞임 속에 발생하는 다양한 역동성, 그 역동성의 극복을 지금 세계인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역사적 잠재력은 고대 동서양문명의 원형을 공유하고 간직해온 잠재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수천년 억눌려 참아오고 기다려온 민족혼의 부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수천년 깊은 연원의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잔물결에 불과한 것이 현재의 한류이다.





한류는 화려하고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갖가지 사상과 이념의 교차지, 문명과 자연의 교차지, 종교와 문화의 교차지로서, 극명한 빛과 어둠의 교차지요, 이 갖가지 교차에 의해 발생하는 역동성이 특징인 것이다.



빅뱅으로 인해 이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가 만들어졌다는데 한 마디로 빅뱅이란 무엇일까. 무한계와 한계의 만남이다. 그 만남의 원형은 고대 신화에도 남아있고 사람의 심중에도 심어져있다. 여러 장벽 또는 한계들, 시간의 한계, 속도의 한계, 공간의 한계 등 무한계가 여러 한계에 갖힘으로써 발생하는 격결한 역동성에 의한 현상이 빅뱅이다. 역동성의 원조, 또는 근원은 빅뱅이다.

빅뱅이 만들어 낸 역동성은 그대로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이어져 새로 생성되는 지구의 초기 자연조건, 그리고 인간에 의해 시작된 역사의 초기조건에도 작용하고, 그 초기적 역동성은 수십만년, 수만년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에 역동성을 부여하게 되고, 특히 근래의 현대 세계사의 역동성과 무관하지 않으며, 우리가 찾으려는 한류의 근원도 바로 이것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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