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시대와 DMZ
환경 위기의 시대, DMZ를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까?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오늘날 인류 문명이 마주한 환경 위기(기후 변화, 팬데믹, 생물 다양성 고갈)를 개괄하고, 생태적 관점에서 DMZ의 활용을 고민한다. 옛날 석기시대에는 주변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려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살던 동굴이 더러워지면 다른 동굴로 옮겨 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환경 파괴는 그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는 평화?통일의 시대가 열리더라도 지금의 DMZ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공중 부양 생태 관광 도시〉. 저자는 남북 육로의 길이 다시 연결되면 DMZ의 파괴가 확실시 된다며, 지상의 생태계는 야생 동·식물에게 양보하고 사람들은 공중으로 이동하는 〈공중 부양 생태 관광 도시〉를 제안한다(본문 153~155면 참조). 다른 하나는 DMZ를 훗날 북한에 심을 나무를 길러 내는 〈양묘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은 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훼손돼 이제는 백두산 일대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산이 민둥산이다. 저자는 생태계의 건강성과 안정성은 다양성에서 비롯된다며,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키워 북한의 민둥산에 옮겨 심자고 제안한다.
최재천
평생 자연을 관찰해 온 생태학자.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건 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하버드 재학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였으며, 그의 책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에 이 개념을 널리 알리고 있다. 저서로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