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너는 모르지, 네가 얼마나
눈부시고 강인한지를
작가 정여울에게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속에 반짝거리는 빛이 되어준 말이 있다. “눈이 부셔서, 네 글은 정말 눈부시다.” 대학 졸업반 시절, 한 교수님이 밤새 써내려간 과제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함께 지내온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익숙한 것이라곤 문학밖에 남지 않아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때,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내면의 반짝임을 알아봐준 교수님 덕분에 외로움의 시기를 건너올 수 있었다고. ‘월간 정여울’ 여섯 번째 책, 『반짝반짝』은 작가 정여울을 빚은 소중한 사람들의 말들, 추억들 그리고 지금 힘겨워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응원의 말들로 가득하다.
얼핏 반짝반짝은 어여쁘고, 잘 다듬어진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에 어울릴 법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반짝반짝’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눈부시고 강인한 사람들이 벌이는 투쟁’에 대한 찬사에 좀 더 가깝다. 그는 누군가를 ‘맘충’이라 부르고, ‘강요된 성 노예’ 대신 ‘위안부’라는 표현을 쓰고, 남성을 향해 ‘츤데레’ ‘상남자’라고 말할 때, 그렇게 호명하는 자들의 속내는 무엇인지 날카롭게 질문한다. 일상 대화조차 쉽게 흘려보내지 아니하고 사회로까지 확장해 곰곰 생각해볼 문제들을 꺼내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미투 운동’을 불편해하며 여성들의 집단히스테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쓴 편지와 신화 속 메데이아와 메두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탐구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우리가 역사 속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여성’을 어떻게 여겨왔는지를 고찰하는 대목에서는 묘한 해방감마저 맛보게 한다. 내가 받은 상처를 투명하게 바라보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 당당히 말하고, 싸워야 할 때라면 잘 싸워야 한다고 북돋우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임을 숨기고 글을 써보려고도 하고, 누군가에게 서운한 소리를 들을 때는 자신의 예민한 성격을 먼저 탓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스스로를 가로막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반짝반짝』은 그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려 노력해온 흔적이자 지금도 진행 중인 여정이지만, 그와 비슷하게 매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속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너는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 풍요로운 우리말의 힘으로 문학과 여행, 독서와 예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을 쓴다. 읽고, 쓰고, 듣고, 말함으로써 소통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저서로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담은 유럽 여행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에세이집으로는 『그림자 여행』, 『헤세로 가는 길』,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인문서로는 『공부할 권리』, 『마음의 서재』, 『시네필 다이어리』,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소통』 등을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이효석 연구로 동 대학원 국문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국악방송 라디오에서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을 진행했다.
들어가는 말 반짝반짝, 내 안의 빛이 되어준 말들
가시와 날의 차이
나를 매혹시킨 것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혐오 표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적막의 슬픔과 소음의 비애 사이에서
남자다운 남자라는 환상
미투가 불편한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때로는 사랑보다 깊은 우정이 있다
가족이라는 역할 중독을 넘어
가끔은 존댓말이 필요한 시간
권태기를 극복하는 마음 챙김의 기술
변방의 저항적 상상력을 위하여
완곡어법, 에둘러 말하기의 비밀과 폭력
우리 안의 극우에 관하여
내 마음의 정원에 관한 열세 가지 이야기
사방이 뻥 뚫린 감옥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아를 찾는 여성, 마녀가 되다
6월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