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이란 단어처럼 해득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가……

그때는 그랬었던 것 같다.

사랑의 배면에는 늘 상처가 깔리고,

삶에 있어서 사랑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상처라는 생각.

상처를 피할 수만 있다면 사랑을 하지 않는 일 따위야

뭐 그리 대수랴, 그렇게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구성 초안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나는 굉장히 비극적인 관계들에 대해서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삶보다는 죽음이, 사랑보다는 이별이,

밀착보다는 거리가, 내게는 더 ´본질적인´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나는 여전히

내 안의 희망을 발견한다.

예기치 못했던 희망……

그러나 내 안에 언제든지 존재하고 있었을 희망……

그 숨결 같은 희망을 말이다.

상처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에 언제든지

치유의 가능성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겠는지.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의 영속성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게 하는 또 하나의 계단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지.

그것을 좀더 쉽게 밝혀보기 위해 깊숙이,

내 안을 내 깊숙이 바라보고 싶은 오늘이다.



- 작가의 말에서





<맛보기>





남쪽…… 바다로 가는 짧은 여행, 비행기 안입니

다.



그 여자는 내 옆에 앉아 있었고, 우리는 거의 포

위가 되어버린 것처럼 관광객들로만 둘러싸여 있었

습니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오직 관광객들뿐이기

만 한 것 같았습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떠남에

의 설레임, 미지의 것에 대한 기대…… 자정을 넘긴

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끄러지듯 잠 속으로 빠

져 들어간 그들의 얼굴에는,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잠은 그들의 육체만을 물 속에 빠트리

고, 남아 있는 모든 것은 허공에 띄워놓은 모양입니

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불안하게 몸을 뒤채일

때마다 마치 덜거덕거리는 짐들처럼 그렇게 소리를

내 날아오르던, 그런 것들. 설레임과 흥분과 기대.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

기 전까지는 절대로 잠들 수 없는 아이들, 그들은

재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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