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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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라진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한 때 그 남자는 어떤 시인이 남긴 이 말을 사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절명시 한 구절을 남기고 동백꽃처럼 뚝 저버린 시인의 죽음에 애닳아한 적이 있습니다.



우주랄지 광활이라는 말이 아주 친숙한 관계, 옛날부터 자주 사용했던 말처럼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우주나 광활이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나 쓸쓸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 시인과 그해 오월에 맺었던 인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 육모정 계곡의 널따란 바위에 햇살바리기를 하고 앉아 나누어 마셨던 사이다 몇 잔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그 시인은 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소문과는 달리 해맑은 얼굴로 잘 웃었고, 푸른 산빛을 싣고 흘러가는 계곡물을 오래오래 눈에 담기도 했습니다.



제법 오랜 세월,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두 해 쯤 지난 다음에야 그 시인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가 된 것을 깨달았지만, 아무튼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어쩌면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남자는 흠칫 온 몸을 떨었습니다.



´내가 우주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내 사랑이었던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자 그 남자의 뇌리로 오월에 피는 유두꽃같던 그녀의 유두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봉우리 사이에 제비꽃 처럼 박혀있던 앙징맞은 보랏빛 점 하나가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그대 가슴 사이에 제비꽃이 피어있어.



내 제비꽃을 본 남자는 당신이 처음이예요.



마지막이기도 하겠지. 꽁꽁 잘 숨겨야 돼. 다른 남자한테 들키면 안 돼.



그때 세상은 얼마나 밝은 빛이었던지요.



그런데 지금 그 남자는 자신이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가슴 사이에 피어있던 제비꽃을 두고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2. 사랑한다는 것은 우주를 가슴에 품는 것









내가 사라져도 사랑은 남을테니까 괜찮아. 그대 가슴의 제비꽃도 남아있을 것이고, 그대한테 사무쳤던 내 사랑도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고, 그대와 함께했던 멈추어있는 시간들, 함께 숨쉬었던 공기, 그리움의 새벽 혼자 마시던 화개골 산골제다의 녹차 향기, 노랗고 하얗고 빨갛던 그 꽃길, 꽃잎 위에 색색으로 내리던 햇살, 물안개 피어오르던 새벽강, 달빛에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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