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왕룽一家』는 우리 시대의 보편적 삶을 사실적으

로 그려 주었으면 하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그

것은 일차적으로 우묵배미라는 시대적 민감지역을 선

택한 작가의 통찰력에서 그러하고, 이차적으로는 그

삶의 세세한 풍속도를 걸직하고 해학적인 문체에 담아

완성도 높은 리얼리즘으로 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러하다. 이러한 본질적 가치 위에 재미라는 양념이 듬

뿍 쳐져 있다는 점도 반길 만한 사실이다. 이렇게 건

강하고 풍성한 해학은 우리 현대소설에서 참으로 오랜

만에 맛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 이남호(문학평론가)









<맛보기>



축 분양! 호반 빌라



단돈 650에 내 집 마련 응자 1000만원



전원에 둘러싸인 아늑한 보금자리



서울시청 건너편 삼성 본관 앞에서 999번 입석을

타고 신촌·수색을 거쳐 50분쯤 달려와 낭곡 종점에

내리면 제일 먼저 당신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축건

물의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들일 것이다. 종점 담벼락

이거나 안내양 합숙소, 전선주 그 어디든 행인들의 눈

길이 머물 만한 장소면 어김 없이 분양 광고문이 펄럭

이고 있어서 여기 처음 와 보는 사람이면 더러는 현기

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이곳 지리에

서투른 나머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제 갈 길로

가지 않고 잠시라도 안내양 합숙소 부근이나 공중전화

박스 근처를 어슬렁대기라도 할 양이면 십중팔구 한

묶음의 팜플렛을 들고 접근해 오는 늙수구레한 아주머

니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집 보러 오셨수? 3층 연립 존 거 있어요.



애기 엄마, 몇 평짜리 찾아요? 이십 평에 마루 넓고

방도 크고 동파이프예요. 하나 보러 안 가실래요?



단도옥 단독! 대지 사십 평에 건평 이십 삼 평. 종

점에서 딱 삼 분 거리!



낭곡 종점은 읍사무소가 있는 역전거리 바로 다음

정거장이다. 종점에서 내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5분

쯤 걸어오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버스가 달려온 길과 평행으로 역행해 가면 읍내

역전 거리에 이르고 종점 쪽에서 삼거리를 지나 올곧

게 똑바로 가면 우리네 마을인 우묵배미로 통하는 고

갯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네 마을에서 일어난

갖가지 재미난 일들을 얘기하기에 앞서 앞으로 이 소

설의 또 다른 지리적 중심을 차지하게 될 삼거리 얘기

부터 좀 하자. 와렝이[臥龍里]나 삼뫼 우묵배미에 사

는 사람들은 이 일대를 삼거리라고는 잘 부르지 않고

병삼이 혹은 병삼께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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