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맛보기>

















사이런(시칠리아 섬 가까운 작은 섬에 살았던 반은 사람이고 반은 말인 바다 요정.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소리에 홀려 그곳을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바닷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함)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킬레스(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의 영웅.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 사이에 태어남)가 여자들 틈에 몸을 숨겼을 때 어떤 가명을 썼는지 ―― 어려운 문제지만 전혀 추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분석적인 것으로 알려진 정신 기능 그 자체는 실제로는 거의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것이 얻어내는 효과를 통해 그 정체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뚜렷한 그 징조 가운데 하나는 그러한 자질의 혜택을 충분히 부여받은 뛰어난 정신기능의 소유자에게는 그것이 언제나 생생한 기쁨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몸이 튼튼한 자가 육체적 능력을 자랑하며 근육을 움직이는 일에서 만족을 얻듯 분석가는 ‘해명’하는 정신활동을 통해 그의 기쁨을 발견한다.



분석가는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일에서도 기쁨을 찾아낸다. 그는 수수께끼와 어려운 문제와 암호를 좋아하며, 그것들을 풀어낼 때는 여느 사람의 이해력으로는 초인적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는 날카로움을 나타낸다. 따라서 그가 내리는 결론은 진실로 질서정연한 순서를 거쳐 얻어지는 것인데도 얼른 보기에는 직감적인 해답처럼 생각되기 쉽다.



해명하는 능력이 수학 연구―― 특히 그 최고 분야인 ‘분석학’에 의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역행 조작을 활용한다는 것만으로 거기에다 당연한 듯 분석학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건 잘못이다. 계산이 곧 분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체스를 두는 사람은 계산은 하지만 분석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체스를 두는 일이 지능 발달에 좋다는 견해는 다소 의심스럽다.



물론 나는 한 편의 논문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얼마쯤 기괴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나는 대로 하찮은 의견을 좀 늘어놓으려는 것뿐이다.



이 기회를 빌어 주장하고 싶은 것은, 더욱 고도의 분석 능력은 교묘하고 번거로운 체스보다는 한결 단순한 체커에서 더 결정적이고 쓸모 있게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체스에서는 말이 저마다 다르게 제멋대로 옮겨지고 말의 의미도 갖가지로 바뀌게 되는데, 그것은 다만 복잡한 형식에 지나지 않는데도 흔히 심오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긴 체스에서는 주의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순간이라도 주의력이 흐트러지면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입거나 커다란 실패를 맛보게 된다. 말을 옮겨가는 방법이 복잡하므로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배로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체스의 승자는 대개가 주의력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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