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작가 윤흥길이 한국 민중의 권력

의지를 해학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이색적인 소설!



‘완장’이라는 것 때문에 패가망신한 아버지, 그 아

버지의 삶을 지켜봐온 아들 저수지 감시인 임종술의

해학적 삶을 통하여, 작가는 별 것 아니면서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며 증오하면서도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완장’이라는 물건을 통해 암울했던 우리 근세

사의 한 단면과 권력과 민중의 관계를 아이러니컬하게

보여 준다.



<작가의 말>



애당초 고향친구 相烈로부터 어떤 완장의 사내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단편소설

정도로 다룰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장편으로 길어지고 말았다. 장편으로 확대해 달라는

현대문학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제의를 수락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무기로

내세우는 甘兄의 말에 커가 솔깃해졌었다는 것이 내

솔직한 고백이다. 중도에서 갑자기 계획이 바뀌는 바

람에 뒤늦게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보완하느라고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애를 많이 먹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

든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다섯 번째의 장편소설을 얻

게 되었다.



의도적으로 재미없는 소설을 쓰고자 한 적도 없거니

와, 마찬가지로 나는 의도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쓰

기 위해 노력한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독자

들 가운데서 이 작품을 읽고 어느 정도 재미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것이 작가의 계산된 의

도에 따르는 재미라기보다는 우리네 시골사람들을 통

하여 오늘날까지 연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성에서 비롯되는 재미일 거라고 말하고 싶

다. 쓰는 동안에 내가 줄곧 의식했던 것은 바로 그 해

학성이다. 우리의 고전문학 속 곳곳에서 보배처럼 빛

나던, 그러나 萬稙 선생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거의 끊

기다시피 한 우리 문학의 해학적 전통이 지난해에 나

를 내내 사로잡고 있었던 셈이다



몹시도 고단하게 보낸 우리의 근세사에서 사실 완장딴

큼 우리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은 사물도 그리 흔치

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대한 의

미를 주고 있다. 그것은 여러 모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별것이 아니면서도 실상은 상당한 위력

을 발휘한다. 무력한 백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편으

로 싫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또 선망하는 괴상

한 물건이 바로 완장인 것이다.



완장을 통해서 나는 한번쯤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

으면 안될 우리 시대의 한 징후를 다루고 싶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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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