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맛보기>











오드린 박사는 책상에 놓여진 시계를 보았다. 여섯 시 이십 분 전이었다. 그는 환자가 늦는 것을 알고 놀랐다. 마운트드래고 백작은 늘 칼같이 시간을 지킨다고 자화자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투적인 말로 스스로를 과장해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항상 현명한 사람은 시간을 엄수하며 시간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해왔다. 마운트드래고 백작과의 약속 시간은 다섯 시 삼십 분이었다.



오드린 박사는 남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뛰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격에 약간 구부러진 어깨는 좁은 편이었다.. 회색 빛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에 길고 창백한 얼굴은 깊게 주름이 패여 있었다. 아직 쉰도 넘기지 않은 터였지만 겉모습으로는 훨씬 나이들어 보였다. 큰 편에 드는 희미한 푸른색의 눈동자는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는 누구와 마주 앉아 있을 때 두 눈동자를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상대의 얼굴에 고정된 두 눈은 전혀 감정을 싣고 있지 않아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도 않았을뿐더러 실제로 어떠한 것에서도 그가 눈에 불을 켜는 적은 없었다.. 눈에서 그가 품고 있는 생각에 관한 단서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했으며 화제가 바뀐다해도 눈매만은 여전했다. 누구라도 그를 유심히 관찰해 본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적게 눈을 깜빡인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의 손은 크고 길었으며 손가락 끝은 뾰족했다. 부드럽지만 힘있고, 차갑지만 끈적거리지는 않는 손이었다. 그를 직접 한 번이라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그가 어떤 옷을 입는 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늘 어두운 색의 옷에다 검은 넥타이를 맸다. 옷차림이 안 그래도 핏기 없고 주름진 얼굴을 더 창백해 보이도록 만들고 맥풀린 눈매를 더 힘없어 보이도록 만드는 데에 일조 했다. 전반적으로 그는 어디가 많이 아픈 남자라는 인상을 풍겼다.



오드린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였다. 우연한 기회에 이 직업을 선택하고 난 후 줄곧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일해왔다. 전쟁이 터졌을 무렵에는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지만 그는 전쟁 중에 공공기관의 근무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그에게 잠재되어 있던 희한한 재주들이 드러났다. 그의 차갑고 힘있는 손을 갖다대기만 하면 어떤 통증이라도 없어지는 것이었다. 사실 한 가지가 더 있다..그는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잠을 재우는 재주도 있었다. 빈정대는 게 아니다. 그는 환자에게 아주 천천히 말을 했는데, 목소리에 아무런 색깔도 없었고 음조의 변화도 전혀 없어서 그것은 음악 같은 리듬감을 타고 부드럽게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처럼 들렸다. 환자들에게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걱정하지 말고 잠을 자야만

저자소개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