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구나 숨고 싶을 때가 있다

평범한 진실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의 에세이 무크, 『인간의 기쁨』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호의 테마는 “은신처, 혼자만의 그곳”이다. 아마도 누구나 가끔은 숨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꼭 무언가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도, 그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 숨는 모습은 다들 제각각이다. 숨는 이유도 다르고, 숨는 곳도 다르고, 숨는 방법도 다르다. 그리고 물론 그 은신에서 찾으려는 것과 얻게 되는 것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당신의 은신처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그곳은 과연 숨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
「커버스토리 2 _ 아무도 모르게 숨고 싶을 때」에서 영처클럽(책날개 참고) 회원들은 각기 자신의 은신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낯선 골목길을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면서 편안한 마음을 얻는 사람도 있고, 자동세차 중에 시간여행을 떠나거나 밤늦은 호숫가에서 상처를 보듬는 사람도 있으며, 달리는 차 안에서 발라드를 크게 틀어놓고 목청껏 따라 부르는 사람, 또 도서관에서 갈 곳 없고 외로운 마음을 감추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소설 속에 푹 빠져 자신의 몸을 잊기도 하고, 누군가는 몸을 숨길 길이 없어 대신 마음을 숨기기도 한다. 그렇게 저마다 다른 은신의 모습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아마도 뜻하지 않은 편안함이나 연민에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자신만의 은신처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다른 누군가가 이미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연재 에세이

“은신처, 혼자만의 그곳”이라는 테마와 별도로, 조금씩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이어져 온 연재 에세이들도 다섯 편이 실렸다. 우선 「관찰자 시점 _ 무진기행」은 김승옥의 단편소설인 「무진기행」을 모티프로 삼아, 마치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인숙의 ‘무진기행’ 같은 이야기를 영화 시나리오의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생활불량자 _ 한국에서 살아남기」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한국이라는 나라, 한국인이라는 사람들에 관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제기한다. 「까만 머리 앤 _ 여행본색」은 헬싱키와 리스본으로 떠났던 여행의 경험을 특히 출발과 도착에 초점으로 맞추어 기술함으로써, 여행의 의미, 떠남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도록 해준다. 「인생의 맛 _ 후회와 소외가 있기도 한 양식당」은 지난 1년간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해 오면서 겪었던 결코 달갑지 않은 경험들을, 나름의 설득력 있는 관점으로 비판하고 설명하고 이해한다. 마지막으로 「틈바구니 _ 숨은 우리 동네 찾기」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다시 돌아보게 되고 찾게 된 ‘우리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편 에세이

연재 에세이 외에, 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인 두 편의 단편 에세이도 실렸다. 우선 「영처잡문 _ ‘영처’를 찾아서」는 영처클럽의 ‘영처’, 즉 조선시대 학자 이덕무의 호인 ‘영처’의 의미를, 이덕무의 「영처고자서」와 『장자』, 그리고 『중용』을 넘나들며 추적해나간다. 요컨대 ‘영처’의 의미는 자겸自謙과 자찬自讚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자찬에 더 무게가 실리는 듯하며, 그 의미는 『중용』의 성誠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처일기 _ 소망 다이어리 1」는 일종의 백일기도이다. 한 남자가 여자친구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여자친구의 소망을 대신 기원해준 일기로, 비록 내용은 짤막짤막하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다. 여자친구의 소망을 직접적으로 기원하기보다는 여자친구가 그 정도의 소망은 충분히 이룰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계속 피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소개

목차

커버스토리
1 _ 은신을 택하다
2 _ 아무도 모르게 숨고 싶을 때

연재 에세이
관찰자 시점 _ 무진기행
생활 불량자 _ 한국에서 살아남기
까만 머리 앤 _ 여행본색
인생의 맛 _ 후회와 소외가 있기도 한 양식당
틈바구니 _ 숨은 우리 동네 찾기

단편 에세이
영처잡문 _ ‘영처’를 찾아서
영처일기 _ 소망 다이어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