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세기말을 움직인 100편의 장편소설 기획도서 >>







《장석조네 사람들》은 다채로운 생활언어·토착어의

향연을 펼쳐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방언들을

어색하지 않게 섞어 놓으면서, 거기에 활기와 역동성

을 부여하고, 다시 거기에 적절한 수준의 해학미를 결

합시켜, 한마당 흥겨운 언어의 잔치판을 벌여 놓고 있

다. 이 소설은 ’70년대 도시빈민층의 삶의 양상을 그

려 내고 있다. 그 양상의 기본적인 특징은 가난과 작

은 폭력들의 연쇄 위에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가난과

폭력성도, 궁극적인 단계에 가서는, 소박한 인도주의

자의 따뜻한 시선에 의해 비추어짐으로써 서정적인 분

위기 속에 가싸여 버린다. - 이동하(문학평론가·서울

시립대 국문과 교수)





<< 작가의 말 / 김소진 >>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때의

질척했던 봄이 또다시 어김없이 살아올 모양인데…….

이름 석 자가 무거워 허덕였던 이들이여.



내 유년시절은 그들 없이는 결코 되살아올 수 없었

다. 그들의 비릿한 살내음과 자연스레 헝클어진 삶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들 난 그때로 되돌아가는 길을 찾

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그때를 탐닉하고 싶어질까. 누

구나 다 그러했겠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유년시절로 돌

아가고픈 유혹에 몹시도 시달릴 때가 있는 법. 설령

꿈이면 꿈에서라도. 한번쯤 새벽녘께 우리의 베개 밑

을 축축하게 적시곤 했을 기억나지 않는 꿈이 있을 땐

바로 어린 시절의 꿈이지 않았을까 의심해 봐도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럴 때야말로 정말 위태하다는 사실을 난

알겠다. 우리가 앞을 보지 않고 슬그머니 뒤돌아볼 때

가 제일 위험스럽고 이미 수렁에 한쪽 발목을 담그고

있거나 최소한 빠지기 직전의 순간임을 왜 모르겠는

가. 아슬아슬하지 않은 사람은 뒤를 돌아다볼 필요가

없다. 그게 좋다. 나도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생이라는 게 그렇게 푸근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어떤 고마운 이는 날더러 설궁(說窮) 따위의 죽는

소릴랑 그만 집어치우라고 충고해 준다. 설궁이란 무

엇일까. 왜 구차스럽게 자신의 가난했던 살림살이와

기억을 남에게 까발리면서 구태여 그것에 소설이라는

껍데기를 씌우는가. 펑크 난 첫사랑처럼 지긋지긋한,

그 쥐어짜는 얘길랑 제발 이제 그만. 맞는 말이다. 새

봄이 오면 어쩌면 나도 멋들어지게 변할지도 모른다.

봄의 길목에서 추운 겨울을 뒤돌아볼 만큼 아둔한 척

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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