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예술)과 유언비어
- 저자
- 편집부 편 저
- 출판사
- 글도출판사
- 출판일
- 2017-02-03
- 등록일
- 2018-01-04
- 파일포맷
- EPUB
- 파일크기
- 2MB
- 공급사
- YES24
- 지원기기
- PC PHONE TABLET 웹뷰어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책소개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런 상식을 지니고 있다. 소설과 유언비어는 다르며, 이를 구별하고 차별화하는 데 있어 아무런 어려움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상식이다.
그러나 실제가 이와 같을까.
상식이므로 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와 같지 않은 케이스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별히 유언비어가 광범위하게 유통되어지는 암흑시장의 경우에 들어가면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는 소설은 유언비어의 다른 이름이며, 유언비어는 소설의 다른 이름이다. 양자를 구별하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는 유언비어가 판치는 암흑시장의 얘기다. 맑은 시장에 나오면 이런 혼동은 자제되고, 소설과 유언비어의 구별성은 선명해진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의외로 상당히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나 학자들이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와의 차별성 내지는 그 관련성 때문에 무지 고민해온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을 살필 수 있다. 플라톤의 '시추방론'이나 유교의 '도덕(道德)우위론' 등은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와의 관련성에 대한 이런 고민과 사색의 결과로 나온 관점이라는 기미가 농후하다.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와의 차별성 내지는 관련성에 대하여 고민해온 오래 전부터의 그 역사적 추이과정을 훑어가다 보면, 일반적인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와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지어내기는 오히려 어려운 일이 아니지 싶다. 결국 소설(예술)과 유언비어를 동일시한 경우나 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지은 경우나 떨쳐버릴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근대의 황혼이라는 탈근대, 포스트모던의 시대에는 더욱이 이 양자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그 경계가 허물리면서 서로가 서로의 영역 속으로 사무치고 스며들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포스트모던의 시대는 어차피 퓨전의 시대여서 전근대가 귀환하여 근대와 사무쳐 있고, 가장 선한 것이 가장 악한 것과 동일시되고, 가장 아름다운 게 또한 가장 추한 것이기도 한 시대라고 하니 그러하다. 이런 포스트모던 시대에 소설(예술)이 곧 유언비어요 유언비어가 곧 소설(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책은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의 관련성에 대한 탐구이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의 관련성 가운데에서 차별성에 대한 탐구이다. 소설(예술)과 유언비어의 동일성에 대한 탐구는 아닌데, 그건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어서이다. 이 책은 소설(예술)과 유언비어는 다르며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전통적이고도 상식적인 예술관, 유언비어관에 입각해 있다. 소설과 유언비어와의 관련성에 대한 역사적?공간적인 탐구가 이런 전통적이고도 상식적인 예술관 내지는 유언비어관에 이르게 되기를 바라는 관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결론은 바람과 같을 수도 있고, 이에 배반적일 수도 있다. 만일 전자라면 행복한 일일 테고, 그 결론이 후자라면 불행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결론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이 도정(途程)이 무의미한 게 아님 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하여간 이 책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그 모호한 혼융성에 대한 부담감에 그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예술)이 유언비어가 되고, 유언비어가 소설(예술)이 되는 그 모호한 경계 허물어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