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새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
지명수배를 받아 쫓기는 K,
그는 우리 속에 있다!
- 학생운동과 노학투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김용성의
장편소설
나는 이 소설을 마치면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떤 소설이든 마찬가지였으나 이번 경우는 그 부끄러
움이 참담할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 소설을 마치던 그날 학교 내 방으로 1
년 동안 저 목포까지 내려가 감옥살이를 했던 한 학생
이 풀려나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키 작은 그 학생은 언제나 시위대의 맨 앞에 서서
메가폰을 입에 대고 민중민주와 노학연계 투쟁을 힘차
게 외쳤었다.
작년에 그 뜨거웠던 8월, 그는 인천 형사대에 검거
되어 영어의 몸이 되었었다.
재판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 의연했던 그의 부모님의 태도와 그의 미래
에 대한 낙관적 신념 등이 그를 보자 하나하나 새롭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가 감옥에 있을 때, 나는, 우리는 무엇을 했었던
가.
80년대의 수많은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우리가
있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보냄으
로써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부위를 작가가 가
진 양심의 비수로 떼내어 쓴 작품이다. 그것은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어디를 향해 굴러가는지도 모르는 이 난세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의 극명한 해답을 이 작품은 보여준
다. 운동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K, 그가 경찰에
투옥되고 거세되어도 K의 존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
고 새로운 K가 운동권을 강력하게 움직인다. K는 누구
이며 몇 사람인가. 그들은 왜 온몸으로 부딪치며 깨어
지는가. 학생운동과 노학투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김용
성의 변신을 알리는 역작 장편소설.
<맛보기>
그다지 높은 지대는 아니었으나 철제 계단을 반쯤
올라가니까 바다쪽이 훤히 트이면서 창백한 달빛을 받
고 솟아 있는 공단의 굴뚝들이 보였다. 약품과 전자제
품 공장이 대부분이어서 굴뚝들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
다. 다만 공단 끝 지역인 가차산자락에 바다를 향해
고꾸라지듯 자리잡고 있는 화학비료 공장의 굴뚝에서
만 검붉은 연기가 솟구치며 달빛을 흐트리고 있었다.
썰물 때일까. 바닷물이 멀리 물러가고 개펄이 드러난
듯 바다쪽은 갓 죽은 거대한 고래등처럼 검은 빛을 띠
며 달빛에 번들거렸다.
조예수(趙禮秀)는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고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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