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와 동반자
이미 두 해 전에 세탁부를 내보낸 탓으로 베갯잇의 다림질을 해본 지도 오래였다. 아래위층의 하녀들과 하인 둘, 그리고 마구간지기들도 그때 그만두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아빠의 마지막 말 한 마리는 모직물에 쓰일 수 있을지 감정을 받는 중일 것이고, 남아 있게 된 집사의 급료조차 감봉을 면할 수 없으리라. 이 모든 재난의 원천은 오로지 그녀의 아버지인 로드니 햄프턴 경이 행운의 카드를 손에 쥐지 못한 탓이다.
심신이 개운해질 만큼 푹 자고 난 수전은 제인 오스틴을 생각하며 눈을 떴다. 오스틴의 소설 중 '엠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던 것이다. 런던에서부터 퀼링에 이르는 긴 여정을 통해 거의 다 읽은 책이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색다른 흥미를 느끼며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제1장을 펼치며 목청을 돋우었다. '제1권, 제1장. 부유하고 안락한 가정에서 태어나 온갖 축복 속에서 아름답고 영리하게 성장한 엠마 우드하우스는 세상의 우여곡절이나 고민을 모르는 채 이제 스물 한 살을 맞고 있었다…….'
어느덧 오후의 태양이 기운 각도에서 유리창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