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과 사랑의 경계가 어디메뇨



성과 사랑의 경계가 어디메뇨



벌거벗은 자는 말하라







위의 구절은, 주인공이 수혜라는 여자와 여관에서 정

사를 치른 후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서 들은 외침이었

다. 그 꿈속에서 주인공과 수혜는 고인돌 모양의 큰

바위 위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누워 있고, 그 바위 주

위로 돌칼을 손에 든 사람들이 위의 구절을 외치면서

돌고 있었다. 이 종교제의적인 장면이야말로 주인공의

심층심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성과 사랑의 경계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한다

면 어디쯤 그 경계가 있는 것인지(존재하지 않는다면

성과 사랑은 어떤 형태로 얽혀 있는 것인지), 이런 성

심리학적인 문제들과 그리고 몇 가지 성사회학의 문제

들을 우리 시대를 배경으로 형상화시켜 보고 싶은 마

음이 늘 차 있던 차에, 『작가세계』에서 전폭적으로

연재 지면을 할애해 주어 「우리 시대의 사랑」 시리

즈로 4회에 걸쳐 집중분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절

마다 중편 분량이 연재된 셈인데, 매회 하나의 중편으

로 일단 마무리가 되도록 배려하였으나 전체적인 장편

구조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열려진

형태로 끝나곤 하였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사랑·

3」에 해당하는 「존재하려는 경향에 대하여」라든지

「우리 시대의 사랑·4」에 해당하는 「노출하려는 경

향에 대하여」 같은 것은 그 자체로 완결된 중편이라

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 인생

사가 그렇듯이 본질적으로 완결된 이야기란 없는 법이

다. 어떤 소설이든지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잉태하면

서 끝나고 있지 않은가.







작년(’90년) 여름에 『아니마, 혹은 女子에 관한 기

이한 고백들』(도서출판 東亞)이라는 주제별 묶음 소

설을 출간하면서, 나는 「작가의 말」을 통하여 <그동

안 심리학과 철학이 쌓아놓은 기초 위에서 한국에서도

깊이 있는 연재소설 내지는 성(性) 소설이 나와야 하

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것

은 독자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그 약속

을 염두에 두면서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가 『우리 시

대의 사랑』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독자들의 인생관과 취

향에 따라 큰 편차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예감은,

작품이 연재되는 기간에 나타난 독자 또는 평자들의

다양한 반응으로 인하여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밀란 쿤데라·조르주 바타이유·존 바스·칼

융 등의 영향이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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