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각해 보면 나의 경마장들은 겨울 문학이었다. 나

는 내 내부에서 번식하고 있는 춥고 음산하고 그리고

절박한 이미지들과 상상을 따라 끝간 데 없이 가고 있

었다. 경마장 시절은 텅 빈 겨울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어다 놓은 조개나 줍고 있는 어느 이방인의. 하루처

럼 고독했다. 경마장에 대하여 상상을 계속한다는 것

은 따라서 한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때때로 견디기 힘

든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경마장 시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맛보기>



11월 19일, K는 〈사단법인 한국교사휴양원〉으로부

터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처음에 K는 그것이 실제

일이 아니라 꿈속의 일인 줄로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그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그가 교사휴양원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이 실제 일이었던가 아니면 단지 꿈을 꾸고 있었던

건가 하는 것은 이제 곧 밝혀질 것이다.



그날 아침, K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그는 한

창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어났기 때문에 처

음 얼마 동안은 일어나지 못하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

은 채 엎드려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

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전화

벨소리가 아홉 번을 울렸을 때서야 K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든 그는 다소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K선생님 댁이지요?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사십대로 여겨지는 남

자의 목소리였다.



―그렇습니다.



K는 여전히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K선생님 좀 바꿔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십대로 여겨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말했단. 그 목

소리는 정중한 편이었다.



―제가 바로 K입니다. 누구시죠?



―아, K선생님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교사휴

양원입니다.



그러나 K는 잘 알아듣지 못하고 〈예?〉하고 되물었

다. 그는 아직도 잠이 덜 깬 표정과 목소리였다.



―교사휴양원요. 이미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만 저희 사단법인 교사휴양원은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

을 가르치느라고 노고가 많으신 선생님들의 사기를 고

양하기 위하여 선생님들을 초청하여 얼마동안 휴식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곳입니다.



―그래요?



K는 시큰등한 목소리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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