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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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꿈을 꾼 것은 재작년 가을이었다. 새벽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안간힘을 쓰며 꿈으로부터 도망쳐 나왔을 때에는 으슬으슬한 밤기운이 좁은 방안을 온통 뒤덮고 있었으며 흐릿한 창문 너머에서는 간간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식은 땀으로 끈적끈적한 다리에 휘감긴 이불을 걷어내고 나자 찬바람이 훅 끼쳐왔다.



나는 겨우 일어나 불을 밝히고 방문 도어를 눌렀다. 그러나 몸이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금방이라도 도어를 열고 들어와 식칼을 들이댈 것만 같았다. 도어를 여러 번 확인하곤 해도 불안한 마음은 깨끗이 씻어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이미 녹이 슬어버린 걸쇠의 꼭지를 찾았다. 걸쇠는 작은 것이었지만 튼튼하게 못이 박혀 있어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나 꼭지는 좀처럼 세워지지 않았다. 손톱이 쓰라린 걸 참으며 겨우 세웠으나 이번에는 제 구멍을 찾지 못해 자꾸만 튕겨져 나왔다. 나는 불안했다. 마치 당장 그것을 걸어 잠그지 않으면 이 세상이 끝장나기라도 할 듯 허둥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옥색 마고자에 빛바랜 회갈색 모자를 쓰고 계셨다. 장날이면 차라리 주머니는 텅텅 비어 먼지가 폴폴 나더라도 늘 머리에 얹고 다니시던 그 모자. 아무리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어려워도 옆구리에 끼든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든 신기하게도 모자만은 꼭 간수를 하셨다.



그런데 그 모자를 쓰신 할아버지가 커다란 소를 끌고 집안으로 들어오신 것이다. 마치 금방 장에라도 다녀오신 것처럼. 소의 목에는 자그맣고 귀여운 핑경(고향에서는 소에게 다는 방울을 그렇게 불렀다)과 빨갛고 노란 헝겊 조각이 매달려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입고 계신 옥색 마고자와 선명한 색깔의 대비를 이루고 있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꿈은 계속적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방금 들었던 얘기도 곧잘 헷갈려 하고 잊어버리는 내 습관에 비한다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스스로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두렵고 으스스한 느낌만 음식의 씁쓸한 뒷맛처럼 남아 있었으나 날이 갈수록 마고자의 색깔, 갈색으로 기름기 흐르던 큰 소의 널찍하게 비탈진 옆구리의 모양이 선명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서 계시던 앞마당과 내가 앉아 있던 마루도 생각났다. 눈부시게 내리쬐던 햇살이 처마끝에서 파도처럼 부서져 내리는 것도 보았다. 산골 마을이라 얼마나 귀하고 귀하던 햇살이던가.



어느 날 나는 어머니에게 우연히 지나가는 말처럼 꿈 얘기를 꺼냈다. 예전보다 성질이 많이 죽은 어머니는 내겐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털어놓았는데도 금세 얼굴빛이 달라지며 걱정스런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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