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황색인」은 일제와 6.25라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적 상징으로 설정된 한 젊은이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 연합군의 쭝 똑마우홍으로의 군수품 유출과정에 관련하면서 진정한 민족주의 정신의 의미를 각성하여 마침내 자기 앞의 사회역사적 모순에 맞부딪쳐 나갈 힘을 얻게 되는 교양소설적 줄거리를 담고 있다.



팽창주의적 세계 역사의 모순, 미국의 신제국주의적 면모, 파월 한국군의 용병으로서의 위치, 베트남 민족의 독립운동, 한·월의 민족적 동질성 등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세계사적 문제가 한·월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에 용해되어 한편의 재미있는 역사인식의 소설로 살아 남는다.



작가 이상문은 여기에 다시 민족의 자기 회복이라는 작가로서의 시대적 과제를 놓치지 않고 예의 풍요로운 경험과 실증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그 시공적 배경을 유신정권 성립기까지로 확대하여 반공 이데올로기와 급진적인 경제성장정책이 초래한 민족분열에 대하여 깊이있게 조명해 보인다.



베트남 전쟁 참전 이후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뛰어든 박노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와해의 위기에 처해있는 ´민족성의 원형´을 성찰케 하는 가장 소설적이고 가장 실제적인 인물로서 우리로 하여금 이 소설을 거듭 ´오늘의 소설´로 붙들게 한다.



- 박덕규(문학평론가)







[맛보기]





박노하 병장은 케네디 지프를 볼 때마다 여자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떠올렸다.



용도와 정원은 구형 지프와 같았지만, 차체의 폭과 길이가 30센티미터 정도 커서, 때로는 10명까지도 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속도를 내면 낼수록 네 바퀴가 낮은 포복 자세로 길바닥에 바짝 붙어서 안정감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보는 케네디 지프는 그렇지가 못했다. 지프는 어른거리는 햇빛 속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듯했다. 그는 오른손 엄지로 눈을 비볐다.



비로소 지프는 제자리에 확실하게 서 있었다. 저놈의 햇빛 때문이야 하고 그는 혼잣말을 했다. 이어서 파월 고참병들한테서 배운 욕지거리를 내뱉았다. 싸나바뎃치! 사실 자신은 그 욕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박 병장은 더플백을 지프의 뒷자리에 올려놓고 다시 중대 행정반 안으로 들어 왔다.



이두수 병장의 등허리에 엽전만큼 땀이 배어 있었다. 이제 저것이 버짐처럼 번져서 색이 바랜 작업복의 등판을 채우겠지. 천장에서 선풍기 두 대가 팔을 벌리고 뱅뱅이를 돌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이 병장님, 이 병장님은 알아요?



본부중대 사병들의 귀국 상신을 기안하고 있던 이 병장이 그에게 얼굴을 돌리더니, 멀뚱한 눈길을 보냈다.



황칠성 상병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구요.



그는 이두수와 같은 병장이고, 군번도 두 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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