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술 마시는 일이나 글쓰는 일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나 원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어긋나서, 감정 체계가 어긋나서 헤어진 사람이 있었다 하자. 그것이 사랑이라고 깨달았을 때 이미 그 사랑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하자. 그가 다가왔을 때 나는 그의 바깥에 있었고 내가 그에게 손짓했을 때 그는 나의 바깥에 있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우린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입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제대로 전달된다면 술 마실 일이나 글쓰는 일도 없을 것이며 굳이 사랑할 일도 없을 것이다. 어긋난 것, 안타까운 것, 가슴 아픈 것……. 문학도 술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이나 벽을 메우고 허무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메우고 허무는 계몽 정신의 쓸쓸함이여.



그래서 사실 문학은 무위(無爲)다. 그러나 부지깽이로 쑤석거려 꺼진 불 다시 불지르고픈 욕망의 무위다.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라 해도 옳지 않겠는가. 삶과 죽음의 환멸 연기……. 역사 또한 그러해서 마침내는 욕망의 무위가 검은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적멸(寂滅)인가. 개인은 역사의 스승이고 역사는 개인의 스승이다. 아나키즘은 마르크시즘의 스승이고 마르크시즘은 아나키즘의 스승이다. 동과 서 또한 그러하리라. 살불살조다. 서로는 서로를 죽여야 산다. 적멸이 숭고를 만나면 숭고를 죽이고 숭고가 적멸을 만나면 적멸을 죽이는 과정 속에 역사와 문명이 선다. 그래서 역사의 길, 사람의 길은 중중무진, 심심미묘하다 우리 사는 세상이란 참으로 장엄한 무위의 환멸 연기 아니겠는가.

술 마시는 일이나 글쓰는 일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나 원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어긋나서, 감정 체계가 어긋나서 헤어진 사람이 있었다 하자. 그것이 사랑이라고 깨달았을 때 이미 그 사랑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하자. 그가 다가왔을 때 나는 그의 바깥에 있었고 내가 그에게 손짓했을 때 그는 나의 바깥에 있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우린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입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이 제대로 전달된다면 술 마실 일이나 글쓰는 일도 없을 것이며 굳이 사랑할 일도 없을 것이다. 어긋난 것, 안타까운 것, 가슴 아픈 것……. 문학도 술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이나 벽을 메우고 허무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메우고 허무는 계몽 정신의 쓸쓸함이여.



그래서 사실 문학은 무위(無爲)다. 그러나 부지깽이로 쑤석거려 꺼진 불 다시 불지르고픈 욕망의 무위다.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라 해도 옳지 않겠는가. 삶과 죽음의 환멸 연기……. 역사 또한 그러해서 마침내는 욕망의 무위가 검은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적멸(寂滅)인가. 개인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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