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신음한다
한국 금융 산업의 처절한 실패기
역사란 승자의 역사이다. 100%는 아니라 하더라도 99%의 경우는 그렇다. 책의 경우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출간된 책의 대부분은 승자의, 혹은 승자에 관한 기록이다. 그 안에는 실패가 담겨 있지 않다. 만일 실패가 담겨 있다면 그것은 승리에 이르기까지의 분투와 노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드물게도 철저한 실패의 기록이다. 그것도 실패자 스스로가 몰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자서전(自敍傳)적 논픽션이나 다름없다. 그 안에 주연은 없다. 저자조차도 가급적 무대 뒤편에서만 머무르려 한다. 최대한 객관적 입장에 서보자는 안간힘에서이다.
금융 개설서이자 한국 금융사 개론
이 책은 흡사 한 편의 금융 역사 소설같이 느껴진다. 시작부터 그렇다. 한국 금융산업이 태동기를 거쳐 세계 금융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8·3 사채 동결 조치 의 결과로 제2금융권이 탄생하는 장면, 1970∼198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 금융기관들이 고속 질주하는 모습, 신설 금융기관들의 양산 과정, 자본시장 개방과 해외투자 자유화 조치 등으로 말미암아 점차 악화되어 가는 금융 환경 속에서 결국에는 IMF 사태에까지 이르는 모습이 시대 순으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흔지 않다는 점, 특히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이 소속된 경우 특별한 사회적 관계가 함의되지 않은 이상 개인의 내부 고발은 좀체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분들께
서장 ┃ 제 2 금융권의 탄생
1. 사채 양성화 루트, 투자금융회사의 등장
2. 달러 확보의 첨병, 종합금융회사의 등장
3. 제2금융권의 완성, 리스회사와 투자신탁회사의 등장
제 1 장 ┃ 금융기관 설립 러시(Rush)
1. 무분별한 인허가 남발
2. 재벌과 금융기관들의 탐욕
3. 필연적 결과, 인력난
제 2 장 ┃ 외형 성장으로 몰락의 길에 들어서다
1. 과당 경쟁으로 수익률은 추락하고
2. 영업 규모 확대로 위험 요소는 늘어만 가고
3. 경험 없는 분야에도 과감히 뛰어들고
4. 급기야 편법 여신까지 등장하고
5. 정책은 임기응변 식으로만 흘러가고
제 3 장 ┃ 예고된 재앙, 외환 위기
1. 냉전 종식과 영미 금융기관의 발빠른 대응
2. 대규모 투기자금(Hot-Money)이라는 괴물
3. 환란의 화근, 무역수지 적자 지속
4. 부실의 원흉, 투명하지 못한 회계 정책
5. 불장난 같은 해외 투자 열풍
6. 퇴출이 퇴출을 부르고
제 4 장 ┃ 금융기관, 무장해제되다
1. 금융기관의 독약, 부채 비율 축소
2. 끝없는 워크아웃ㆍ화의ㆍ법정관리
3. 조달 금리마저 기업에 뒤지고
4.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한 대안, 투자 은행
5. 이제는 충격 없는 소멸만이 기다림(?)
제 5 장 ┃ 금융산업 발전의 초석
1. 정책은 교통경찰이다
2. 보수(補修), 보수(保守), 그리고 또 보수(Risk Management)
3. 쉬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4. 인사관리는 탄력적
5. 상업주의 정신을 찾아서
종장 ┃ 또 다른 도전을 기약하며
1. 외국계 은행의 도전
2. 북한이라는 판도라 상자
3. 최후의 목표, 생산성 회복
4. 부실 채권 정리
5. 금융권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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