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료
<맛보기>
불쌍한 존에게 또 불행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심한 병에 걸려서 회복될 가망이 전혀 없게 된 것이다. 작은 방에서 존은 죽음이 임박한 병자 옆에 앉아 있었다. 등잔불이 거의 다 타버린 늦은 밤이었다.
존아, 착한 아들아. 병든 아버지가 말했다. 신께서 너를 버리지 않고 도우실 거야. 아버지는 부드럽고 정직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유언을 남긴 후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숨을 거두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잠에 빠진듯이 평화스러운 임종이었다.
존은 비통하게 울었다. 이제 이 거친 세상에 의지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도 없었다. 가련한 존, 그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죽은 아버지의 손에 입을 맞추고 끊임없는 눈물을 쏟으며 울고 또 울다가 지쳐서 침대 기둥에 손을 의지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빛나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시 살아 오셨다. 그것도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서 마음껏 웃고 있었다. 길고 빛나는 머리 위에 황금 왕관을 쓴 아름다운 소녀도 보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봐라! 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신부를 얻었구나. 네 아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구나. 존이 깨어나자 환상적인 모습들이 모두 눈앞에서 사라져버렸고, 그는 지금 죽은 아버지의 옆에 홀로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불쌍한 존!
며칠 후에 죽은 이가 땅에 묻혔다. 아들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시신이 담긴 관을 뒤따라 걸어갔다. 관 위로 흙이 흩뿌려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흙이 관을 거의 다 덮어 버렸고 곧 관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존은 슬픔의 무게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교인들이 무덤 주위에 둘러서서 찬송가를 부르자 감미롭고 성스러운 노래 때문에 존이 눈물을 한동안 쏟은 후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초목 위를 밝게 비추고 있는 태양이 마치 존을 위로하는 듯했다. ´존! 슬퍼하지 말거라. 위에 있는 이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 보이는가? 아버지는 이 위에서 하느님께 너의 미래를 밝혀달라고 기도하고 있단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될 테야. 천국에서 아버지를 만나 함께 지내야지. 우리가 서로 재회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내가 아버지에게 풀어놓을 이야기도 많겠지. 아버지도 천국의 즐거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땅에서 했던 것처럼 하늘에서도 나를 가르쳐 주실 거야. 아! 그렇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는 많은 것들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이제는 비록 눈물이 두 뺨을 흘러 내려도 그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밤나무 위에서 새가 장례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행복하게 놀고 있었다. 아마 새들은 아버지가 천국에 간 사실을 아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천국에서 저 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