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웅 시선 (초판본)
1982년, 해맑은 제자들을 사랑하고, 소박한 이웃을 아끼던 시인 이광웅이 투옥된다. 월북 시인 오장환의 작품을 읽었다는 이유로 교사 9명이 고문 끝에 간첩단으로 둔갑한 일명 ‘오송회 사건’이다. 그는 비록 복권을 기다리지 못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떴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소박하고 투명한 언어로 진짜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를 만나 보자.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이광웅 시인의 시를 되새기는 이 순간, 마음이 무겁다. ‘투사’로서의 삶에 가려진 그의 ‘시’의 ‘속살’을 이제야 눈여겨보게 되었다는 때늦은 후회와 더불어, ‘목숨을 걸고’ ‘진짜’로 살아가려 한 ‘시인’의 순정한 마음이 ‘지금 여기’의 경박한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하기 때문이다.
먼저, ‘산 같은 침묵을 깨뜨리고’(<햇빛의 말씀>) ‘슬픔의 바다’에 뛰노는 ‘빛(새)’의 언어(<사회 참관>)를 길어 올린 이광웅 시의 저수지를 엿보기로 하자. <대밭>은 이광웅 시의 원형질이 투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경쾌하고 감칠맛 나는 언어의 질감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꿈틀거린다. ‘대밭’의 언어는 민족사의 아픔을 승화하는 서정의 결을 풍성하게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민족적 삶의 애환이 묻어 있는 구체적 언어를 통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고 있다.
어느 순간 시인의 시에서 ‘대밭’의 언어가 사라졌다. 시인은 ‘대밭’의 언어를 잃어버렸다. 아니, 버렸다. ‘대밭을 떠내밀며 잠을 설’치던 풍요로운 유년의 풍경이 ‘지저분한/ 간음의 꿈’을 견디는 앙상한 중년의 모습으로 몸을 바꾼다. 그사이 이른바 ‘오송회 사건’이 가로놓여 있다. 치욕스런 역사의 해프닝(아이러니)이 한 시인의 삶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1982년 월북 시인의 작품을 읽었다는 이유로 전ㆍ현직 교사 9명이 구속되었다. 이들은 20여 일의 모진 고문 끝에 ‘교사 간첩단’으로 둔갑되었다. 주동 인물로 지목된 이광웅 시인은 7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7년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다. 시인은 억울한 감옥 생활을 통해 삶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후 1988년 복직되었으나 이듬해 전교조에 가입하면서 다시 교단에서 밀려난다. 그는 고문과 투옥 후유증으로 1992년 한 많은 세상을 떠난다. 시인은 200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명예를 되찾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렇듯 진실은 늘 한 발자국 더디게 온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간음의 꿈’마저 쓰다듬으며 다시 일어선다. 시인은 ‘무겁고 고단한 잠’ 벗어 버릴 ‘쉼터를 구하지 못하’고 ‘낯선 광야, 낯선 밤’ ‘아무 데나’ 쓰러진다. 이 ‘이슬 젖은’ ‘잠자리’에서 시인은 ‘항행하는 유령의 배와/ 피 냄새 나는’ 우리의 ‘역사’를 대면한다. 이 ‘빈터’에는 ‘그리운’ 유년의 ‘물결’이 ‘너울’거리기도 하고, 고통스런 ‘어제의 편력’이 출렁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이 과거의 기억에 안주하거나 몰입하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 그 자체는 ‘밤 가운데’ 사라지는 ‘별똥별’일 뿐이다. ‘살찐 송아지’의 ‘닳아지는 목숨’을 통해 ‘회생의 기름방울’을 채워 주신 선조들처럼, 시인은 자신의 삶(언어, 기억)을 통해 우리 역사의 현장을 정화하고자 한다.
제1시집 ≪대숲≫
유치한 저녁상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3
면도의 날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6
바깥 풍경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
보충 수업 10년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3
李鍾根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5
예언서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7
주시 망상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8
꿈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20
비의 暗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23
대밭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26
버림받은 하늘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29
한밥집 식탁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31
램프의 아침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34
묵은 노우트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37
달빛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39
종이꽃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40
제2시집 ≪목숨을 걸고≫
양담배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45
그때 그 순간 악마가…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47
사회 참관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50
바깥의 노래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52
담 안의 노래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54
햇빛의 말씀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57
징역 생각난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58
목숨을 걸고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60
전라도 거리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61
연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63
달동네 꽃동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0
눈 다친 아이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1
심연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4
아들 생각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5
작은 평화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7
밤 그늘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79
아름다운 영혼은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81
순서 정해진 여자의 마음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83
크리스마스카드만 해도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86
제자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89
제자들이 죽어 가고 있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90
제3시집 ≪수선화≫
폭설의 광야에서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95
옆 사람의 웃음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97
황야의 등불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99
마음이 넓은 사람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0
떠나지 않는 사람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2
수선화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3
시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5
전향서 쓰듯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6
장군봉 아래 운동장 아이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08
이웃의 얼굴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0
시인에게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2
시인의 취미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3
봄의 속삭임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5
오빠는 운동권이 아니었어요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6
해설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17
지은이에 대해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31
엮은이에 대해 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