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차 례 ▲



제1장 흐린 날 햇빛



제2장 연분과 추억



제3장 안면도의 달



제4장 들녘, 어둠 속에서



제5장 들녘, 일어서는 빛











◐ 맛 보 기 ◑







▣1장. 흐린 날 햇빛





1990년대 초중반, 문민정권 시절이 기본적인 시대적 배경이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평천리의 도린곁에서 사는 농투성이 허칠만이 어느 날 저녁 무렵 읍내에서 가장 역사 있고 규모 있는 음식점인 <태일관>을 찾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안고 비장한 마음으로 어렵사리 걸음을 한 것인데, 막상 와보니 태일관에서는 결혼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발걸음 목적이 실종된 채로 칠만은 축의금을 부조하고 홀로 음식을 먹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박송범을 만난다. 옛날 연애 시절의 연적이었던 박송범은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는데 태일관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내려왔다고 한다.

그들은 두 군데 술집을 돌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무대가 있는 술집에서 마이크를 잡고 의외로 노래가 아닌 시를 낭송하는 고장의 소설가 허칠박 씨의 모습도 보고, 어린애를 들쳐업은 채 플로워에서 춤을 추는 여자를 보며 괴로운 기분을 갖기도 한다. 칠만은 농촌에서 이런 술집을 구경도 못하고 사는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정에 젖기도 하고….

박송범과 헤어지고, 경운기를 타고 집에 돌아온 칠만은 집앞 마당으로 마중나온 아내를 끌어안고 뜨겁게 애정을 표시한다. 며칠 전 남의 집 밭일을 하러 갔다가 아무 연락도 없이 저녁 늦게 들어온 아내에게 처음으로 손찌검을 했던 일, 임박한 아내의 생일에 사과를 하려고 돈을 좀 마련하기 위해 태일관에 갔다가 축의금만 부조하고 온 일, 옛날의 연적 박송범의 부러운 모습, 읍내에서 처음 본 화려한 술집 풍경 등등으로 칠만은 가슴이 절절히 아프다.

다음날 박송범의 전화를 받고 태일관으로 나간 칠만은 박송범의 학창 시절의 학업을 도와주었다는 태일관의 안주인으로부터 큰 호의를 입는다. 박송범으로부터 칠만의 어제 발걸음의 본래 목적을 전해 들은 태일관 여주인이 칠만에게 배추 계약재배의 손실금을 어느 정도 보충해 주는 ´돈봉투´를 건네준 것이다. 칠만은 박송범이 관련된 일이어서 마음은 복잡했지만, 고마운 마음으로 창 밖의 ´흐린 날의 햇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일은 아내를 데리고 9년 전 추억의 장소인 안면도의 방포를 찾을 생각을 한다.









▣ 2장. 연분과 추억



허칠만과 아내 한미숙의 9년 전 안면도 방포에서의 늦여름 이야기.

안면도 방포에서 빈 여관의 방 하나를 빌려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 허칠박 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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