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인간적 삶의

비극적 현상과 그 의미



정종명의 두번째 장편소설 -아들나라-는 바로 이러

한 최근의 우리사회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가 앓고 있

는 병이 얼마나 심각하며 또 그것이 개인을 정신적으

로 얼마나 황폐화시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즉 이 소설은 절도죄로 복역하고 나온 서정

일이라는 인물이 이전에 그의 동업자였던 오영실이라

는 여자와 다시 결합해 더 큰 범죄의 수렁으로 빠져들

어가 결국은 자살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간 우리 사회의 구조

적 모순이 빛어낸 비인간적 삶의 현실을 속속들이 알

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그러한 사회병폐를 드러내

어 고발하고 있다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것만으로

는 소설이 이루어지지를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

다. 작가 또한 이점을 잘 알고 있다. 해서 작가는 거

기에서 더 나아가 이 소설에서 아주 문제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인간 개개인을 전락시키는 사회의 병폐가 제

거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를 역설하고 있다.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서정일이며 독자들은 그의 의식과 행위를 통해 이 소

설이 드러내는 진정한 의미에 눈뜨게 된다.



― 김경수(문학평론가)





<맛보기>



호텔 로비에서 오영실과 헤어진 서정일은 혼자 엘리

베이터를 타고칠층 객실로 올라갔다. 그녀가 예약해

두었다는 객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쪽으로 셋째

번 방이었다. 출입문은 역시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어깨로 출입문을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객실로 성큼 들

어섰다.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가 깜짝 놀라면서 황급

히 일어서는 모습이 그의 타는 듯한 눈길에 접혀들어

왔다.



아가씨가 미스 민인가?



네, 민세영이라구 합니다. 서 선생님이시죠?



대답 대신 매서운 눈길로 그녀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나서 그는 상의를 벗어 침대 위에다 던져 두고 소파에

가 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상의를 집어들고

돌아서서 옷장으로 다가갔다. 소파 사이에 자리잡은

테이블에는 양주병과 안주 접시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

다. 양주병으로 가져가던 손을 거두어들이는 대신 서

정일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키는 비

교적 커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깡마른 체형이었다. 옷

을 걸고 나서도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옷장 앞에 가

만히 서 있었다. 마치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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