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금기와 황홀의 길



독자들은 《황금 사다리》에 나오는 일본의 역사나,

사물들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물론 일본 사람인 나로

서는 상당히 흥미롭게, 어떤 설레임까지 느끼면서 읽

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있게

읽었다는 뜻은, 이제 우리에게도 그리운 과거사가 되

어버린 것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는

말하기조차 조심스러워 해야 할 이야기들, 그러니까

어떤 짜릿함 없이는 말하기조차 어려운 사람과 사상들

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이라고나 할까.



- 사에구사 도시카스

(문학평론가. 도쿄 외국어대학 교수)





권력의 모든 것과 모든 것의 권력



《황금 사다리》는 고문자의 의식을 다룬 특이한 소

설이다. (…)

고문의 뒤에는 고문자의 사상이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야만의

사상, 즉 야만에 대학 추구를 탐구하는 것이다. 고문

기술자, ´나´는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상처받은 내 삶을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황홀한 불

꽃, 그 불꽃은 정신 그 자체였어. 정신이 고스란히 불

꽃이 되어버리는…. 그러니 저 냉혹한 가학이 가장

뜨거운 정산이 아닌가? 그 형태가 어떠하든 정신이란

진실, 즉 신성에 육박한다. 그러니, 그것이 야만의 사

상이라 할지라도 사상(형이상학)은 인간의 정신을 한

신 이다. 정찬의 고문 탐구는 그 점에서 인간의 얼굴

을 한 신 에 대한 탐구 혹은 신성의 도저한 인간다움

에 대한 탐구이다.



- 정과리

(문학평론가·충남대 교수)





<맛보기>



겨울의 뜰은 차갑고 황량했다. 짚으로 감싸인 나무

와 얼어붙은 흙이 스산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

은 높은 지대라 얼음 박힌 바람이 늘상 불었고, 정면

으로 바람을 받는 나무들은 그만큼 더 견뎌야 했다.

하지만 저 흙 속에 묻힌 뿌리는…….



나는 코를 흙에 가까이 댔다. 뿌리들은 지금 얼어붙

은 이 흙 속에서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봄이 오면

검은 흙을 밀고 올라올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숨. 손바닥으로 가만히 흙을 눌렀다. 기분 좋은 냉기

가 손 안에 가득했다.



뜰 한쪽에 우뚝 서 있는 나무가 시선 속으로 들어왔

다. 산수유였다. 식물들이 싹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른봄에 홀로 황금빛 꽃을 피우는 나무. 계곡의 얼음

이 녹고, 그 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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