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천만원고료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수상작!





심사평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 개개인의 삶이 구체적으

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상황설정과 인간관계의 조직적

얽힘이 유기적이다. 어느 작가든 자기 세대가 보고 느

낀대로 쓴다. 그런 점에서 당선작은 솔직하다.



- 김원일





이 작품은 정보기관의 공작정치가 일시적으로 환상

을 실현했던 어두운 과거사의 풍자적인 재구성을 통해

서, 냉전체제 붕괴 이후 그에 대신할 이념의 부재로

인하여 새롭게 꿈꿀 가능성이 있는 또다른 지배구조에

대한 예상문제의 제시로 읽을 수 있다.



- 이문구





이제까지 멋모르고 쓴 글로써 이 소설의 사회적 정

치적 입지는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믿는다. 나는 궁극

적으로 소통불가능한 문학을 지양한다. 이 일은 참 어

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그러한 생각의 결과

로 형성되었다. 뽑아주신 분들과 나를 키워준 모든 스

승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

표권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 <개 같은

내 인생>, <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



- 당선소감





<맛보기>





삼청동에는 수많은 비밀스러운 골목들이 있다. 그

골목들은 되려 그쪽으로만 밝혀 놓은 보안등과 대비되

어 더욱 더 음산하게만 보인다. 그 삼청동에 자리잡은

국무총리 공관에서 뒤쪽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막다른 골목에 자리잡은 한 이층 양옥집의 그 어두운

그림자 아래로 저녁 7시경부터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였다. 보안등의 황색불빛을 받으며 장승처

럼 골목 어귀를 지키고 있던 경찰들도 오늘은 무슨 일

인지 그들을 검문하지 않았다.



「이 이론은 이제 모든 것이 완성되어 이미 강원도

원통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기 고장에 대한 자

부심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실험기간이

끝난 직후, 원통 지역의 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주민들

보다 더 강력하고 비이성적인 애향심을 가지게 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현재 발견되고 있는 이 이론의 결함에 대해서입

니다. 이 이론의 결함은 이 이론이 그 자체로서 완벽

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결함의 해결책에 대해서

오늘 말씀을 드리고 그 해결책의 실행 여부를 결정내

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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